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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말의 경중 따져 그 진위를 저울에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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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충(王充)의 논형(論衡)'(1)

한나라 시대 특이한 사상가 한 사람이 있다. 왕충(27∼100년)이다. A.D 90년쯤에 그가 만들었다는 '논형'(38권 85편)은 후한말에서 육조시대(위진남북조 시대)에 걸쳐 많은 지지를 받았고, 큰 영향을 주었다. '논형'이라는 책 이름에 대해 왕충은 "말의 경중을 따져 그 진위를 저울에 달아본다"는 뜻이라고 했다. '형'(衡)은 '저울'이라는 뜻이므로 '논형'은 요즘 말로 하면 '시대 비판'에 해당한다. 왕충은 합리주의 입장에서 당시의 유행사상을 철저하게 비판했다. 그러므로 어떤 학자는 소박한 유물론자라고 한다. 한나라 때의 주류사상은 유교인데, 그 유교에는 종교적 신비주의 경향이 있었다. 미신적인 예언을 말하는 참위설(讖緯說, 예언설)도 유행했고, 거기에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이 지식인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 설은 동중서의 '춘추번로'에서 주장했는데, 정치와 자연현상을 연관시켜 대응한다고 본 것이다. 왕충은 이 설이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천인상관설은 크게 유행하여 천재(天災)가 있을 때마다 천자에게 상소하여 실정을 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때로는 재상이 책임을 지고 사직하기도 했다. '천재'는 '하늘의 재앙'이라는 뜻으로 오늘날로 말하면 천체 운행의 이상, 기상이변, 자연재해 등 당시로서는 과학적 설명이 잘 안 되는 일을 일컬었다. 여기에 정치의 과오를 연관시켜 말하였던 것이다.

왕충은 하늘은 자연물이므로 인간 감정이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고, 따라서 정치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하고 그런 생각을 미신이라고 비판했다. 합리주의자였던 그는 당시 양자강 이남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중앙 정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이러한 합리주의 사상을 낳았다.

그는 말하기를 "하늘은 운동하지 않으면서 만물을 낳는다. 그러나 하늘이 만물을 낳고자 해서 낳는 것은 아니고, 그 무심(無心)의 변화 중에서 만물이 자연히 생기는 것이다. 그 변화의 발생은 자연이고 무위(無爲)"라고 했다.(자연편). 왕충이 하늘을 무위자연으로 본 점은 노자와 유사하다. 그는 "유가의 설과는 다르지만, 황로학의 뜻에는 맞다"라고 한 바도 있다.

그러나 노자의 무위자연은 인간생활의 이상이 되는 것이이고, 하늘은 인간을 품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데 반해 왕충의 하늘은 인간의 작위와 확연히 구별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유가의 순자와 생각과 같다. 순자가 일찍이 하늘의 운행과 인간의 문명창조를 위한 노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봤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이었다. 왕충의 이런 점 때문에 과거 중국의 공산정권 하에서는 그를 '유물론자'로 높이 평가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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