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오후 3시쯤 수성구 고산2동 치안센터 앞 삼거리. '교통흐름 좋던 도로를 왜 1차선 축소하노' '차량통행 불편만 초래한다'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회전교차로 공사는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로 중단된 상태였다. 작업 중이던 경계석이 도로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시내버스는 좁아진 도로 폭으로 인해 잠시 멈춰 서서 빠져나갔다.
대구 수성구청과 고산2동 주민 및 상인들이 회전교차로 설치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교통 혼잡 등 생활 불편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회전교차로 설치에 반발하고 있다. 수성구는 회전교차로가 교통흐름을 개선한다는 점이 연구로 입증돼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수성구는 올해 말까지 1억8천만원(국비와 시비 각각 50%)을 들여 왕복 4차로 도로 중 중앙선 쪽 2차로를 줄여 화단을 만들고 삼거리 한가운데 원형 교통섬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20~30m 길이의 화단이 도로 가운데 들어서면서 전체 도로 폭이 줄고 기존의 직선 형태가 곡선으로 바뀌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회전교차로가 교통 및 생활 불편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근에 청구전원타운(678가구)과 고산노변타운(885가구), 노변동서우방타운(472가구), 노변다숲아파트(745가구) 등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어서 출퇴근 시간에 차들이 몰릴 경우 회전교차로가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것. 현재 달구벌대로로 좌회전해 진입할 수 있는 도로는 이곳 삼거리를 지나는 시지로뿐이다.
회전반경이 좁아 버스나 대형트럭이 회전하는 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한 버스운전사는 "중앙교통섬이 들어서지 않은 지금도 줄어든 차로로 인해 좌'우회전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또 교통사고도 잘 일어나지 않는 도로이기 때문에 회전교차로 설치는 예산 낭비라고 했다. 2009~2011년 3년 동안 경찰이 집계한 교통사고는 5건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2009년에 3건이고, 2010'2011년엔 각각 1건뿐이다.
인근 주민인 백모(57) 씨는 "노변중학교에서 삼거리로 진입하는 도로와 삼거리를 지나 달구벌대로로 빠지는 도로는 이미 경사가 진데다 곡선을 이루고 있어서 과속을 하는 차들도 없다"며 "그런데도 도로 중앙의 2개 차로를 없애고 또 다른 곡선형 화단을 만들어 속도를 더 줄인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청은 원형교통섬을 우회하는 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속운전을 유도하는 등 평면교차로보다 차량 충돌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안전행정부 조사결과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뒤 교차로 내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등 효용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다만 주민과 상인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도로 쪽 화단 폭(현재 2~2.5m)을 줄여 도로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수성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회전교차로를 선정해 정책적으로 보급하고 있다"며 "교통량이 적어 신호기 설치가 어려운 곳에 안전을 확보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하고, 이미 대구시 전체 8곳이나 완공됐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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