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연장전' 늪에 빠져 회기의 절반 이상을 허송세월로 보냈던 여야가 올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에도 파행으로 몰고 갔다.
새누리당이 이날 오전 민주당의 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 지도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는 특위 가동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국정원 개혁특위와 예산결산특위의 예산안 심사는 패키지로 돌아가는 것이 여야의 합의사항이었다며 예산안 심사 거부로 맞불을 놨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국정원 개혁특위와 예산안 심사를 동시에 하자는 게 여야 합의"라고 말했다.
오전 상황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지난 9월 2일부터 시작된 회기 100일의 정기국회 동안 '법안 처리 제로(0)'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오후 들어 양당 원내지도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당 의원총회에서 재발 방지를 당부하는 방식으로 유감을 표명하자, 여야는 최경환'전병헌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간 4인 회동을 통해 극적으로 파행을 막았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위해서 할 일은 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여야의) 합의 이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정상화를 이뤄 본회의를 연 여야는 법안 34건을 포함한 안건 37건을 처리하면서 '정기국회 법안 처리 0'라는 오명은 일단 벗었지만 '밥값 못하는 국회'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여야 지도부의 극적인 합의로 10일 국회 공전 사태는 막았지만 민주당 양'장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감정싸움은 하루종일 가시지 않은 것. 서로에 대한 공격이 계속 이어졌고, 새누리당은 예고대로 두 의원에 대한 제명 안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여야의 공방사태를 지켜본 한 정치인사는 "여야 모두 '정기국회 법안 처리 0'라는 오명은 뒤집어쓰기 싫었을 테고,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여야 모두 거센 후폭풍을 맞게 된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듯"이라고 했다. 그러나 "타협은 했지만 여전히 파행 불씨는 곳곳에 남아 있어 지도력과 정치력을 잃은 이번 국회가 참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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