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수성구에 수능 최저등급 겨우… 서울대 합격 '도원고 박유진양'

영재원서 공부 이해력 쑥쑥, 과학중점 도원고서 꿈 펼쳐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으로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한 도원고 3학년 박유진(18) 양이 11일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며 수험준비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서류와 심층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서울대 수시모집은 과연 어떤 인재상을 원할까.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는 어떤 내용으로 채우고, 비교과 활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답을 찾아 올해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으로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한 도원고 3학년 박유진(18'달서구 감삼동) 양을 11일 만났다. 유진이는 서구에서 초교를, 달서구에서 중'고교를 다닌 비(非)수성구 출신. 올해 수능 성적도 최저등급을 겨우 맞춘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번 대입 수시에서 서울대, 포스텍, 고려대, 동국대 등 4곳에 모두 합격했다. 남다른 비결이 있는 것일까.

그 첫 번째 비결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조기에 설정한 것이다. 유진이는 스스로를 '전형적인 이과형'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이해하는 공부는 자신이 있었는데 외우는 공부는 힘들었어요. 하나의 원리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수학이 좋았던 이유죠."

수학을 좋아한 유진이는 자연스레 영재원을 택했다. 달서초 4, 5학년 때는 서부교육청 영재원에, 6학년부터 경암중 2학년 때까지는 경북대 영재원에, 중3 때는 대구과학고 영재원에 다니며 수학의 재미에 푹 빠졌다.

두 번째 비결은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고교 선택이다. 유진이는 2011년 과학중점학교 1기를 선발하던 도원고에 진학했다. 10개 반 중 2개인 과학중점반의 수학, 과학 시수가 타 일반고보다 월등히 많았던 게 학교 선택의 이유였다. 이곳 과학중점반은 일주일 수업의 평균 45%가 수학, 과학이다. 또 수학, 과학 관련 비교과체험활동을 연간 60시간 책정했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Ⅰ'Ⅱ 8과목과 환경과학, 과학사, 과학교양, 과학융합 등 다양한 이과 과목을 개설했다. 경북대 수학과학창의체험교실, 국립중앙과학관 첨단과학기술체험, 국립과천과학관 YSC캠프, 과학중점과정 논술반 등 체험기회도 풍부했다. 이런 환경이 이과 체질인 유진이에겐 물을 만난 격이었다. "고1 때 동아리를 지도해 주시던 대학 교수님으로부터 에너지난의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 핵융합 기술이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그때 지금의 진로를 확정하게 됐죠."

세 번째 비결은 적극적인 교과'비교과활동이다. 유진이가 이번 수시에서 서울대에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는 총 18페이지에 달한다. 보통의 일반고 학생이 10쪽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이유는 학생부 '교과세부특기사항'에 적을 게 많아서였다. "입학사정관을 목표로 정하고 고1, 2때 다양한 교과활동을 했어요. 또 학기말마다 교과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제가 이런 활동을 했으니 학생부에 꼭 적어주세요' 하고 빠지지 않고 알려 드렸죠."

유진이는 도원고에서 한 해 평균 30개의 교내 대회에 참가해 매번 상을 탔다. 수학'과학경시대회, 자기소개서쓰기대회, 자유탐구보고서대회, 영어 스피치대회, 독서 대회 등 문'이과를 가리지 않았다.

마지막 네 번째 비결은 인성이다. 유진이는 고1, 2때 학교 인근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봉사를 했다. 초교 3년 때부터 지금까지 걸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솔선수범하는 일에도 익숙하다. 김종범 진학부장교사는 "유진이는 친구관계도 좋고, 친구들의 멘토 역할도 곧잘 했어요. 늘 웃는 얼굴이고, 자신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목표, 진로를 일찍 설정하는 게 중요해요. 그럼 같은 속도라도 더 빨리 갈 수 있어요. 그리고 학교나 선생님, 동아리 지도교수님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아요."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박유진 양의 서울대 수시 합격 비결

1. 적성에 맞는 진로를 조기에 설정하라.

2. 내 진로에 적합한 고교를 선택하라.

3. 교과'비교과활동에 적극 참여해 학생부를 풍부하게 하라.

4. 교우관계와 봉사활동을 통해 밝은 인성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