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비염을 달고 사는 필자도, 그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 엄마도, 매년 이맘때 한 번씩 병치레하는 아빠까지, 가족 모두 겨울이 찾아오면 우리 집엔 늘 '건강주의보'가 발령된다. 다들 감기도 더 잘 걸리고, 잔병치레도 잦기 때문이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특히 우리 집 겨울철 주요 관리 대상은 바로 '앨리샤'이다.
처음 녀석을 데려올 때 아팠던 그 모습이 너무 뇌리에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우리들 안에서만큼은 앨리샤는 '병약한 미소녀(?)'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앨리샤는 늘 안아 올리면 마치 솜털을 들어 올린 것처럼 가볍고, 뼈는 마치 부러질 듯이 연약하다. 게다가 발톱을 깎거나 빗질하면 힘이 약해 체셔처럼 반항도 못하고 그저 가냘프고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내곤 했다.
사실 앨리샤가 속한 '네바마스커레이드'라는 종은 보통 한 살 반이면 클 만큼 다 큰다는 여느 고양이들과 달리 5살까지도 성장이 멈추지 않고, 다 자라면 5~8㎏ 사이의 우람한 체구를 자랑한다는 거묘종이다. 그런데 앨리샤는 불과 2㎏ 정도에서 성장을 멈춘 것이다. 한참 자랄 시기에 아파서 그런가 싶은 안쓰러운 마음에 튼튼하게 자라라고 보양식이라는 닭 가슴살에, 북어, 표고버섯까지 넣고 푹 고아서 매일 먹이곤 했다. 심지어 면역체계 강화에 좋다는 '초유 영양제'까지 사서 아침, 저녁으로 챙겨 먹였다.
이렇게 유난스러울 정도로 공을 들였음에도사실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앨리샤는 겨울을 맞이하자마자 보란 듯이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추워지기 시작한 작년 초겨울, 앨리샤는 갑자기 기침을 연거푸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서 '폐렴'으로 괴로워하던 어릴 적 앨리샤의 모습이 떠오른 나는 그간에 쏟았던 정성들에 대해 허탈해할 시간도 없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리고는 "에휴! 요 녀석 창피하게 감기나 걸리고 말이야" 하는 의사선생님의 장난 섞인 농을 귓전으로 흘리며 내가 부주의했기에 감기에 걸리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동시에 '엄마들은 자식이 아프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하는 감정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다행히 가벼운 재채기 단계에서 병원으로 직행했기에 앨리샤는 별 탈 없이 금방 나았다. 하지만 그 해 겨울 내내 난 앨리샤가 또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보내야 했다.
그런데 거의 일 년이 지난 올해 늦가을, 문득 '어라 얘가 좀 컸다?" 란 느낌을 받았다. 체셔와 비교하면 분명 조그맣던 체구였던 앨리샤가 체셔의 덩치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체셔가 전반적으로 골격이 크기에 얼굴도 체셔가 훨씬 더 크고 몸무게도 체셔가 더 나가지만, 몸의 길이라든가 허리둘레가 얼추 비슷해보였다. 게다가 안아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무거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엔 앨리샤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가벼웠는데 이젠 앨리샤를 든 팔에 무게감이 실렸다. 자그맣고 약하던 그 앨리샤가 온데간데없어 진 것이다.
엊그제 저녁엔 손으로 두 고양이의 허리를 감싸 쥐어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체셔의 허리는 두 손으로 감싸 쥐어지는데 앨리샤의 허리는 잡히지 않았다. 체셔의 배는 가죽과 갈비뼈만 만져지는데 비해 앨리샤의 배엔 폭신한 무언가가 잡혔다. 내가 그렇게 고대하던 몽실몽실한 살이 드디어 붙은 것이다. 장난삼아 "엄마, 우리 집에 고양이가 아니라 돼지가 있어!" 라고 하며 앨리샤를 놀렸지만 내심 기뻤다. 드디어 우리 집에도 몽실몽실하고 포동포동한 고양이가 생긴 것이다. 기쁨 맘과 함께 어릴 적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건강'이라고. 할아버지의 손자 아끼는 마음처럼, 반려인의 마음도 내 반려묘가 늘 토실토실하게 건강미를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싶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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