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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칼럼] 4년 임기 시작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4년 임기 시작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1년이다. 사흘 후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감격에 찬 표정으로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던 2012년 12월 19일로부터 꼭 1년째가 되는 날이다. 그날 당선이 확정되는 그 순간부터 박근혜 후보는 사실상의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임기의 5분의 1이 지났으니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4년이 남았다. '1년이나 지났다'는 사람도 있고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바꿔서 '4년밖에 남지 않았다'거나 '4년이나 남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보기에 따라서, 생각하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남은 4년이 있다.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처럼 '아직도 저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는 각오로 새로 4년을 맞아야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서 1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1년의 '수습 기간'을 거쳐 4년 임기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생각으로 국정에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처럼'이라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임기 마지막 해가 되는 201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라서 현직 대통령은 별 볼 일이 없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2014년과 2015, 2016년 이렇게 3년뿐이라고 한다. 또 3년이라고 해도 온전한 3년도 아니다. 내년에는 6월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중간평가다, 아니다'며 정치권이 싸움질을 해댈 것이 뻔하다. 선거가 없는 해는 2015년뿐이다. 2016년에는 봄에 총선이 예고돼 있다. 총선의 결과는 그다음 해 대통령선거를 전망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이상의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4년 중에 절반이 겨우 넘을까 말까 하는 정도라는 말도 있다. 이 역시 마찬가지다. 보기에 따라 다르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누구는 4년이라고 볼 것이고 다른 이는 2년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는 물론 후하지 않다. 박하다고 하는 게 더 맞다. 구호만 요란하고 기대만 거창했지 실제로 얻은 결과물은 주목할 만한 게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것도 없고 된 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회자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4년은 지난 1년과 달리하면 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던 그때의 마음가짐이면 못 할 게 없을 것이다.

그나마 5년 전 임기 첫해를 다 보냈을 때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양호한 편이라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광우병 파동에 이은 촛불시위로 어떻게 1년을 보냈는지 몰랐다. 국정의 동력을 다 소진해 혼이 빠졌다고 할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박 대통령은 인사 파동으로 욕을 먹었을 뿐 이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순탄한' 1년을 보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둘러싸고 야당의 발목 잡기(새누리당의 주장)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촛불시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딱히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순간도 없었다.

1년 전 대선 승리가 확정됐을 때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 인사'를 하던 그 장면을 떠올려보자. 박 후보는 '화해와 탕평을 통한 국민 대통합, 상생과 공생을 통한 경제민주화, 튼튼한 안보와 신뢰 외교, 안정 속의 개혁, 맞춤형 복지'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단골 메뉴였던 '100% 대한민국'도 다시 언급했다.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후보가 쏟아냈던 이 말을 믿는 사람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의 주역이라는 대구경북에서조차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나 '잘해야 할 텐데'라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목소리의 빈도도 잦아졌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보다 더 든든한 지지층이 있다. 골수 팬도 많다. 역대 최약체인데다 지리멸렬한 야당의 존재도 호재다. 게다가 4년의 시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밑천도 있다. '처음처럼'이라는 자세로 4년 임기의 첫해를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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