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경마주의를 경계한다

내년 6'4 지방선거가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해당 지역의 4년을 이끌어 나갈 지역 최고경영자, 즉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기초든 광역이든 신문 지상에는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새로운 얼굴들이 자천타천으로 세간에 오르내린다.

기자는 오래전 대선 보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경마주의(競馬主義)이다. 언론들이 당시 대선에 누가 뛰는지 그리고 누가 유력한지에만 매몰돼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비전 공약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기자가 담당하는 영덕군의 경우도 내년 지방선거를 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은 경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직 군수가 3선 연임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되자 출마를 선언한 사람만 5명에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10여 명이 출마 예상자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출마예상자들도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 내놓은 것이 내가 더 예산을 더 잘 끌어올 수 있다거나 내가 더 경험이 많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직 군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현재 군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특히 가장 큰 위기의 징후라 할 수 있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세에 직면한 영덕이 어떤 방식으로 동해중부선철도와 동서4축고속도로 등 SOC를 활용해 활력 넘치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는 출마예상자들은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

주민들이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체로 내년에 누가 군수가 될 것인지에만 주목한다. 누가 지역 연고가 많은 사람이고 인물됨이 어떻고 장단점이 뭐고 하는 정도의 이야기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원전이 가져다줄 각종 지원과 건설경기가 영덕에 활기를 줄 것이기에 딱히 누가 되든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전의 입지를 염두에 둔 영덕군의 장기발전종합계획이 나와 있다. 포항~영덕고속도로의 실시설계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는 희소식도 들린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원전의 각종 지원금과 SOC 건설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좀 더 효율적으로 꿸 지가 지역의 미래에 더 결정적이다. 누가 꿰는지보다 말이다.

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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