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칼럼이 신문에 실리면 문자 메시지 같은 걸로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홍익포럼 나윤희 대표, 대구문화 임언미 편집장, 화가 정인희, 대구여성가족재단 최세정 선생, 불교방송 박수경 아나운서 같은 이들이다. 감사하다. 어떨 땐 그들이 지난 내 일주일의 근황을 궁금해할 것 같다는 착각까지 든다. 여기, 내게 지난 한 주 있었던 일을 전한다.
첫 번째. 하필이면 지난주 뷔페 이야기를 칼럼에서 꺼낸 다음 날, 대구문화재단이 주최한 '대구문화예술 나눔의 날' 행사에서 뷔페 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식탐이 이러쿵저러쿵 말을 꺼낸 터라 식사 자리에서 도망쳤다. 이날 12월 12일 12시 12분에 맞추어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축문이 담긴 휘장을 두 팔 높이 올리며 구호를 따라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난 안 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왜 이렇게 싫을까. 이제 '총화단결'과 같은 구호는 이북 사람들이나 하게 뒀으면 좋겠다.
두 번째. 북한이 공개한 권력 2인자의 최후는 사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극적이라 함은 비현실성으로 가득 차 보인다는 말이다. 재판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원본을 허술하게 재현한 연극 무대의 세트장처럼 보이고, 그 배우들은 하나같이 뻣뻣했다. 이미 많은 기호학 연구는 예컨대 남한과 북한의 역대 권력자들의 연극적인 미장센(연출, 화면구성을 뜻하는 불어)을 밝히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작품 또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 그냥 극우 봉건주의 국가인 북한의 광고 미학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자료로 남을 것이다.
세 번째. 내가 있는 곳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개막식에 맞추어 많은 손님들이 분도를 찾아왔다. 여러 언론사에서도 취재 왔는데, 한 방송국이 참여 작가들과 예술 감독인 내 인터뷰를 찍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가장 잘한 인터뷰였다. 전시 제목이 재미있는데 그 곡절에 대한 물음에 난 입에 착착 감기는 대답을 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내 부분은 쏙 빠졌다. 사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전시 제목이 별 뜻을 품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겉이 그럴듯해도 속에 알맹이가 없는 말은 들키는 법이다.
네 번째. 매한가지 생각에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본다. 한때 '나는 가수다'가 화제를 낳으며 방송된 이후 문화계 여기저기서 '나는 조각가다' '나는 연극배우다' 같은 졸속 기획들이 넘쳐났다. 이제 '응답하라 1994' 또한 한동안 아류 제목들이 줄을 이을 것 같다. 내용 면에서 참신함으로 승부하는 기획이 필요한 지금이다.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윤 규 홍(갤러리 분도 아트 디렉터) klaatu84@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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