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 나오는 잘 알려진 고사 몇 개를 들어본다. '강태공 이야기', 강태공 하면 낚시로 시간을 보내며 때를 기다린 현자로 알려져 있다. 본명은 강상(姜尙)이고, 그의 선조가 여(呂) 땅에 봉해졌으므로, 여상(呂尙)이라 칭하기도 한다. 주나라 창건에 공이 있어서 지금의 산동지방을 봉토로 받아 제(齊)라는 제후국으로 800년 가까이 번성했다. 여상이 동쪽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가, 주나라 문왕을 만났다. 문왕은 그의 자질과 사람됨을 알아보고 궁중으로 모시고 갔다. 여상은 그의 군사 참모가 되어 주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웠다. 문왕을 이어 천하를 평정하고 실제 주나라 왕조를 건설한 무왕도 섬겼는데, 무왕이 선왕인 문왕(태공)이 '바라던'(望) 인물이라 하여 '태공망'이라고 불렀다. 주로 군사 전략에 자문을 하여 무왕의 천하통일을 도왔으므로, 후세에 병법이나 권모술수를 논하는 사람들이 태공망을 시조로 삼는다. 병법에 관한 저술이 전해진다.(齊太公望世家)
송양지인(宋襄之仁), 쓸데없이 인정을 베푸는 것을 '송양지인'이라 한다. 송나라는 하남(중국의 중심부)의 작은 나라인데, 양공은 제후의 맹주가 되려는 야심이 있었다. 송나라 군대와 남쪽 초나라 군대가 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두 나라 군대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양공의 근신이 송나라 군대 수가 적으므로, 수가 많은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기 전에 공격해야 된다고 권하였다. 그러나 양공은 듣지 않고 기다렸다. 결국 양공은 부상을 입고, 송나라도 패했다. 그 뒤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말하자 양공은 말하기를 "적이 전열을 가다듬지도 않았는데, 그 틈을 이용하여 적을 치는 것은 군자의 도가 아니다"고 하였다. (宋微子世家)
천도(天道)는 과연 있는가. 사마천은 '열전'에서 천도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열전'에 첫 번째로 실린 인물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이다. 두 형제는 무왕이 천하통일을 위해 은나라를 멸할 때, 그 제후국 고죽국(孤竹國, 발해만 위에 있었음)을 치려 하자 아직 선왕(문왕)의 장례도 끝나지 않았는데 군사를 일으키면 안 된다며 말고삐를 붙잡고 말렸다. 무왕이 듣지 않고 목을 치라고 하였으나 태공망이 의인(義人)이라 하며 살려줬다. 이후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 이후 '청렴한 선비'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다. 또 공자 제자 안회(顔回)는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겼으나 일찍 죽었다. 그러나 큰 도둑 도척은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잘 먹고 오래 살았다. 그러므로 사마천은 과연 이 세상에 천도가 있는가 하고 회의를 표시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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