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기념일이면 선물에 집착하는 아내

◇고민=저는 결혼생활 20년째를 맞은 중년 남성입니다. 제 아내는 각종 기념일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드시 물질적으로 큰 선물을 바라고 있어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살림도 열심히 해주는 편이어서 늘 고맙게는 생각하지만, 저는 돈을 버는 일에 바쁘고 직장일로 날마다 늦는 편이어서 늘 고단하고 힘듭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연말연시나 크리스마스 이브, 심지어는 자신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이면 꼭 분에 넘치는 명품가방이나 현금카드 등 물질적 선물을 받으려 합니다. 제가 그러한 선물을 해주지 않으면 아내는 화를 내고 우울해 하며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입니다. 저로서는 아내의 이러한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아내가 야속해지면서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아집니다. 기념일마다 친구들이 받은 선물과 비교하면서 그에 버금가는 선물이 아니면 오랫동안 저를 냉대하는 아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솔루션=결혼 20여년을 함께한 부부라면 기념일에도 따뜻한 마음 하나로도 충분히 부부의 정을 쌓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귀하의 아내는 매번 분에 넘치는 선물에 집착하여 배우자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도 않을뿐더러 야속하고 속상하시다는 말씀이군요.

귀하의 아내는 왜 유달리 기념일에 집착하며 귀하의 형편에 넘치는 명품가방이나 과한 현금 받기를 요구할까요. 또 거기에 더하여 선물을 해주지 않으면 왜 냉담해지며 우울해하기까지 할까요.

귀하의 아내는 평소 가정살림을 알뜰하게 잘 해오는 좋은 분이신 것 같고 귀하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시는 분 같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바쁘게 살다보면 정작 가장 소중한 배우자에게 소홀해질 수 있고 관심을 자주 전달하지 못해 소원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마치 없어서는 안될 산소이지만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한다는 이유로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것과 같지요. 남자와 달리 아내는 이런 결혼생활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정말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나 사는 건지, 아직도 결혼 전처럼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나 있는 건지, 또 혹시 나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것은 아닌지에 대해 확인받고 싶어 하는 거지요. 그래서 평소에는 별 다른 요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년에 한두 번 있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통해서라도 필사적으로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아내는 기념일 선물 그 자체를 받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중요한 기념일에 대해 배우자가 어떻게 기억을 해주고 그날을 어떻게 챙겨주느냐에 따라서 상대가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앞으로도 자기를 충분히 사랑해 줄 사람인가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귀하가 아셨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귀하가 이런 아내에게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불편해하고 화를 내는 것보다는 평소 아내에게 사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주세요. 그리고 아내에게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자주 전달하며 아내의 두 눈을 자주 들여다보세요. 귀하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전해야 합니다. 때론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같은 자상하고 깊은 정을 아내에게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귀하의 그런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은 아내에게 있어 명품가방이나 현금카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선물이 되리라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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