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 찾아 서울 갑니다"

지방대생 겨울방학 풍경, 학원 다니고 인턴 일하고…"정보 몰려 있으니"

"관광업은 경험이 중요하지만 대구에는 관광업 쪽에서 일할 수 있는 곳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아요. 생활비는 배로 들지만 서울 유학은 더 나은 취업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업계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 이모(25'여'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지난달 비장한 각오로 서울행 짐을 꾸렸다. 꿈꾸던 대형 관광업계 인턴에 합격한 것.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 되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터에 들린 희소식이었다. 기간은 2개월. 서울에 머물 곳이 없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당장 서울로 올라간 이 씨는 발품을 팔아 한 달에 40만원 하는 고시원을 어렵게 구했다. 방값은 인턴으로 받는 월급으로 내면 됐지만 생활비가 걱정이었다. 결국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로 하고 서울 유학길에 올랐다.

취업을 위한 기회의 문과 정보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의 대학생들은 고달픈 서울살이를 감내하며 서울 유학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에서 언론사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정모(25'대구 동구 각산동) 씨는 올 겨울방학도 서울에서 보낼 계획이다. 정 씨가 다녔던 언론사 학원 수강료는 3개월 과정에 80만원. 어렵게 서울 신촌에 구한 하숙집 방값은 한 달에 40만원. 여기에 식비, 교통비, 책값, 휴대폰 요금 등까지 더해 매달 100만원 가까운 생활비용을 부모님께 받았다. 이마저도 빠듯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용돈을 채우고 있다. 정 씨는 "학원 수업은 지난달 끝났지만 서울에 남아 견문을 넓히기 위한 전시회, 공연을 보러 다니고 인턴도 해볼 계획이다"며 "취업을 위한 정보, 기회가 모두 서울에 몰려 있는 구조에서 타향살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말했다.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지역 대학생의 발길을 서울로 향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여름방학을 서울에서 취업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보낸 대학생 이모(26'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모호한 기대감에 무작정 서울로 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결국 취업은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생의 취업 고군분투기를 담은 책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를 쓴 김도윤 작가는 "대구의 인재 유출은 대학 시기부터 이뤄지고 있다. 학교와 정부에서는 지역에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해 지방 대학생들이 지역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생들도 지방이 취업에서 불리하다는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쟁취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