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 시대의 문화 경제 정치 환경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유럽 도시의 건축물에서는 그리스 로마 고딕 르네상스시대 등의 인류 문명사를 건축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국내 최고 목조건축인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고려시대 흔적이 있지만, 몇 남지 않은 근대건축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수년 전에 불과하다.
◆지역, 대구의 근대건축
1970년대 초반 서울의 '세종문화회관'을 필두로 각 도시에는 '시민회관'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상흔과 공백 이후의 조국 근대화 과정에서 시민회관 건축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시민회관은 다목적홀(Multy-purpose Hall)이다. 문화예술 공연은 물론이요 국경일, 기념식, 시상식, 궐기대회, 미인선발대회까지 어떠한 행사와 기능도 수용하는 슈퍼(?) 건축이었다.
1975년 건립된 대구시민회관은 대구역 바로 인근, 도시를 정면으로 향한 웅장한 처마, 기둥의 열주, 주두 등 전통건축 요소를 모티브로 한 지역 건축가 고 김인호(1932~1989) 선생의 작품이었다. 대공연장과 미술대전 등 지역의 대규모 전시가 열렸던 전시시설과 문화예술단체 시민단체의 사무동이 함께 배치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대구방송국'과 'KG'홀이 있었기에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문화의 모태 공간인 것이다. 사라져버린 대구역 건축물, 역전광장과 함께 과거의 시민회관은 대구의 상징이자 시대의 표상이었다. 시대 변모, 기능의 유용성, 도시진화에 따라서 역전광장과 대구역은 오래전에 화려한 상업건축에 의해 잠식되어 버리고 말았다.
건축물의 작품적 완성도 이전에 대구가 기억하고 기록을 해야 할 부분이다.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지역 건축가 '후당 김인호 선생'과 지역 건축의 산실 '대아건축', 지역주의 건축 흔적의 '대구시민회관 건축'을 함께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38년 후, 오늘에 건축 문화유산을 이어가고 대구시와 시민들이 함께 공감하는 건축재생의 실행은 분명 문화도시로의 진화인 것이다.
◆시민회관의 재탄생
대구시민회관은 560여억원 투자와 4여 년의 증'개축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29일 1천284석의 콘서트 전문홀(그랜드콘서트홀)로 변신하여 재개관했다. 설계는 서울의 문박디자인캠프(건축가 박승홍'문진호)에서 진행하였다.
'그랜드콘서트홀'은 최고의 음향을 위해 무대와 객석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된 슈박스 형태이며, 무대 뒷부분은 합창단원석이자 객석이 된다. 무대막이 설치되고 무대와 객석을 구분 짓는 다목적홀의 프로시니엄 아치(proscenium arch)가 없어지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최초의 콘서트 전문홀로 재탄생하였다. 어느 작곡가는 개막공연 감상으로 '천상의 소리의 향연'이라고 표현하고, 어떤 음악 마니아는 '서울을 능가하는 국내 최고의 콘서트 홀'이라고 했다.
'공연지원관'에는 소공연장 챔버홀(248석)과 함께 시립오케스트라, 시립합창단의 연습공간이 배치됐다. 2단으로 나누어진 진입데크(DECK)는 대공연장과 공연지원관 진입 동선을 유도하는 과정적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품격 있는 시민광장으로서의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38년 전 과거 건축의 디테일과 구조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며 현대 첨단 공연시설로 증'개축한다는 것은 분명 비경제적 모험이요 과다 투자이다. 그러나 도시재생, 문화복원, 지속성의 건축과 도시를 위한 길인 것이다. KT&G의 '대구예술발전소', 구 상업은행의 '대구문학관', 그리고 '시민회관의 재탄생' 사례와 같이 이 도시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과거의 건축을 계속 탐색하여야 한다.
시민회관은 밤이 아름다운 건축이다. 하얀 처마 곡선의 우아한 자태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밤마다 내부 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문화 불빛의 밝기인 것이다. 형형색색 공연지원관 벽면을 채우는 구성은 어두워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낭만주의 프리즘이다. 예술을 찾아드는 총총 발걸음과 마음의 풍요를 안고서 흩어지는 시민들의 실루엣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도 바로 밤의 광장이다.
최상대 한터건축 대표, 대구예총회장 직무대행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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