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죽음 오디세이/리샤르 벨리보'드니 쟁그라 지음/양영란 옮김/궁리 펴냄.
사람은 왜 죽는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암은 어째서 불치의 병일까? 어떻게 해서 어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단 며칠, 아니 몇 시간 만에 인간을 죽일 수 있을까? 어떤 상처는 죽음에 이르게 하고, 어떤 상처는 매우 위중해 보이는 데도 표피적인 손상만 입히는 것일까? 독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가? 사고가 아니더라도 왜 결국은 늙어서 죽게 되는 것일까?
지은이 리샤르 벨리보는 암 예방 및 치료 연구의 권위자이며, 드니 쟁그라는 혈액 종양학 전문연구원이다. 두 사람은 여러 해 동안 암환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이들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와 유머, 삶에 대한 성찰과 다양한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죽음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째서 죽음에 관한 책을 썼는가? 지은이들은 '죽음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죽음이 무엇인지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매일 소중한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삶을 충분히 향유하기 위해 죽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과학'에 뿌리를 두고 죽음에 이르는 생물학적 과정과 죽음을 야기하는 원인을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쉽게 풀어내고 있다.
지은이들은 암, 뇌출혈, 독감 바이러스 등의 질병이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고 어떻게 전개하는지 하나씩 설명한다. 또한 노화나 질병에 따른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고문, 전쟁, 할복자살, 교통사고, 벼락사, 독극물 사망, 마약중독, 일산화탄소 중독 같은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인류학적이고 문화사적인 문제 및 과학적 원인을 밝히기도 한다.
가령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교통사고를 설명하기 위해 뉴턴의 물리학 법칙을 연결 짓거나 벼락사를 설명하기 위해 벼락이 치는 이유와 전하의 성질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 할복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의 무사들이 목숨보다 중하게 여겼던 명예를 동원한다. 다 같은 교수형이라도 어떤 이는 경정맥 손상이 일어나 오랜 시간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고, 어떤 이는 경동맥 압박으로 6~15초 만에 의식을 잃기도 한다.
책은 죽음의 다양한 원인을 과학이라는 큰 틀로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죽음이 없으면 삶도 없다'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한다. 죽음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이거나 부당한 종말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 상에 출현하기까지, '나'라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나타나기까지에는 필연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이 있어야 했다. 삶은 끊임없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죽음은 끊임없이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돼 있다. ▷영혼의 죽음 ▷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 ▷죽음을 의식하고 살기 ▷노화 ▷만성질환으로 서서히 죽어가기 ▷감염으로 인한 죽음 ▷독: 매혹과 위험성 ▷변사 ▷예외적인 죽음, 충격적인 죽음 ▷사후에 벌어지는 일들 ▷죽음과 유머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죽음을 초월한 존재로 흡혈귀, 늑대인간, 좀비에 대한 이야기와 암,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의 기제, 안락사의 윤리적 논쟁, 살인과 고문 등 죽음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인간은 생존과 종(種)의 번식이라는 생물의 기본적인 기능으로 요약되는 삶에 만족하지 않는 유일한 생물이다. 사람은 삶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실존과 연결지어서 생각한다. 따라서 성공이나 발전에 지향점을 두고 있고, 그런 만큼 죽음의 필연성을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성공이나 자기계발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인간사회에서 죽음은 일종의 최종적인 패배, 취약함의 고백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은이들은 "사실 죽음은 삶이라는 과정 일부분에 불과하다. 죽음 역시 삶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271쪽, 2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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