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삼국지(三國志) 이야기

삼고초려…제갈량 시골집 세 번 찾아간 유비

'삼국지'라고 하면 소설 삼국지를 연상하고 많은 사람들이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 등의 인물에 대해 대체로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삼국지는 역사서 삼국지다. 흔히 말하는 소설 삼국지는 명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이 엮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말한다. '연의'는 부연한다는 뜻이다. 물론 삼국지연의는 역사서 삼국지를 바탕으로 민간 설화나 역사 이야기 등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이 소설이 유명해지자 줄여서 삼국지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역사서와는 내용이 다르다. '지'(志)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삼국지는 290년쯤 진(晉)나라의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했다. 후한(後漢'25~225)이 멸망한 뒤 위(魏), 오(吳), 촉(蜀) 세 나라가 다투던 시대의 역사다. 삼국지는 역사적 사실이 잘 정리돼 있어 정사(正史) 중에서도 잘 된 책으로 꼽힌다. 삼국지연의를 비롯해 많은 글들이 촉의 유비를 좋은 사람으로, 조조(曹操)를 악한으로 다루는데, 이것은 남송의 주희(朱熹)가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에서 촉을 정통으로 세웠고, 이후 그 설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수의 삼국지는 조조의 위나라를 정통 왕조로 보고, 위나라를 다룬 '위서'(魏書)에만 '제왕의 연대기'를 실었다.

삼국지 속 이야기 중 유비가 제갈량(諸葛亮)을 세 번이나 찾아가 도와달라고 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가 여기서 나왔다. 시골집을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뜻이다. 제갈량의 자는 '공명'(孔明)으로 흔히 제갈공명이라 부른다. 그의 친구 서서(徐庶)가 유비를 만나 "제갈공명은 와룡(臥龍)입니다.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유비는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했다. 그러자 서서는 "그 사람은 만나러 갈 수는 있으나 데리고 올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러 갔다. 제갈량과의 만남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유비는 세 번 만에 겨우 제갈량을 만났다. 유비는 천하통일의 과업에 대해 제갈량에게 도움을 청하고 지혜를 구했다. 제갈량은 당시 각 지역 군벌(軍閥) 형세와 천하 평정의 요지(要地) 및 지형도(地形圖) 등을 상세히 말했다. 부하 장수 관우와 장비는 제갈량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나 유비는 "공명을 얻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나는 것과 같다. 너희들은 아무 말 하지 마라"라고 했다. 이후 유비는 힘을 길러 촉, 오와 더불어 천하를 삼분해 자웅을 다투게 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와룡'이라는 말은 재야의 숨은 현자라는 뜻이고,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것은 '세 번째에 겨우 만났다'는 뜻이다. 삼국지에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말도 나온다. 제갈량이 군율을 지키기 위해 부하 마속의 목을 자른 것을 말한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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