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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소릉조少陵調-천상병(1930~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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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오상사, 1984.

소릉(少陵)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호다. 흔히 이백을 시선(詩仙)이라 하고 두보를 시성(詩聖)이라 부른다. 두보는 전란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현실문제에 고뇌했다. 시인은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슬픔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소릉조란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천상병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그러나 가난을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며 살았다. 가지려고 하지 않았고, 또 가진 것이 없으므로 아이와 같은 깨끗한 심성의 시를 쓸 수 있었다. 천상병은 나이를 먹어도 아이와 같은 마음을 잃지 않았다. 맹자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아니한 자가 성인(聖人)이라 했다.

가난을 불편해하지 않고 불행하다 여기지 않기란 쉽지 않다. 천상병은 막걸리 한 사발, 담배 한 갑, 버스표 한 장만 있으면 아이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행복해 했다. 그래서 그는 천상 시인이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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