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서 소개팅에서 만난 남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잃어버린 대화에 대한 묵념'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아들의 생일파티에 부모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묵념'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학교 체육 시간에 응원하는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잃어버린 열정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심지어 결혼식 중 하객들이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고 있다. '잃어버린 관심에 대한 묵념'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지만 광고를 보는 그 순간에 나 역시 휴대폰을 잡고 있었다. 정작 눈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듯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들으며 TV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은행업무도 본다. 또 스케줄을 관리하고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삐삐를 사용했다. 그러다 시티폰에서 핸드폰까지 끊임없이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되어 왔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은 다채로운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무분별한 정보 제공과 새로운 국민 증후군까지 생겨나게 만들었다. 요즘 길거리나 카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곳곳에서 고개를 떨구어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일종의 묵념을 하게 되었다.
핸드폰이 없던 그 시절 우리는 약속한 상대방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도 상대편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 기본 몇 십 분에서 몇 시간씩도 기다리곤 하였다. 이런 상황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한다면 이해를 할까?
'아나디지족'은 비록 디지털보다 느리고 복잡하더라도 아날로그만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느림을 통해서 디지털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등장하였다. 디지털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히 결합하여 디지털을 제어하며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개를 들면 소중한 사람, 소중한 순간들이 당신 곁에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같이 스마트폰에 대한 과도한 몰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의 단절을 복구하고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스마트폰과 조금 멀어져 스마트폰보다 더욱 소중한 다른 것들에 신경을 써서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말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훨씬 아름다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박병준 대구 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bill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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