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겨울잠을 깬다는 '경칩'을 하루 앞둔 5일 대한민국 명승 제105호인 청송 주산지가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풍부한 저수량을 유지하며 3개월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이날 오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산지에는 밑둥치가 어른 3명이 양팔을 벌려야 감쌀 정도로 거대한 왕버들 10여 그루가 물에 반쯤 잠겨 따사로운 햇볕을 맞고 있었다.
저수지 건너편 산자락에는 그늘이 짙어 아직 눈이 덜 녹았지만, 양지 바른 물 위는 반짝거리는 햇살과 왕버들이 함께 어우러져 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송군은 지난 1983년 둑 확장공사로 물을 모두 뺀 이후 30년 만인 지난해 11월 말 다시 주산지의 물을 모두 뺐다. 군은 주산지 둑과 바닥 등에 연결된 사통(수위조절기와 관) 26m를 모두 철거하고 새로 가져온 사통을 부착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에 부착된 사통은 낡아서 홍수 때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군은 가뭄이나 홍수 때 저수량 조절에 도움이 되는 송수관로(길이 980m)도 새로 매설했다. 특히 군락을 이루고 있는 왕버들이 스스로 뿌리를 다지도록 생육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올 초 공사가 마무리되고 주산지에 물을 다시 채우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뜻밖의 한계에 부딪혔다. 길이 200m, 폭 100m, 깊이 8m인 주산지는 최대 저수량이 10만8천t에 이른다. 그러나 하루 최대 150t을 담을 수 있는 송수관으로 물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부터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졌고, 최근에는 눈이 조금씩 녹으면서 자연스레 주산지 물을 채웠다. 현재는 1㎞ 떨어진 주산천에 자연 방류할 정도로 저수량이 풍부해졌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주산지에 살던 잉어와 붕어 등 토종어류가 다시 돌아온 것. 이번 공사로 물이 빠진 주산지의 어류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대부분 하류인 주산천으로 이동시켰다.
물을 채우는 초기에는 어류가 보이질 않아 군에서는 주산지에 어류 방류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주산지 수위가 올라가면서 하류에 있던 어류가 다시 상류로 올라와 예전처럼 수변에서도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잉어를 볼 수 있게 됐다.
박승환 청송군 건설방재과장은 "부동지역의 봄 가뭄을 해갈해 줄 주산지에 물이 가득 차 다행"이라며 "사계절 내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주산지를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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