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관절이 아프면 걷거나 앉고 설 때 통증이 뒤따른다. 신체적 반응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음이 병들고 아프면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아픈 당사자의 심정은 악화일로를 달릴 때 비로소 생의 의지나 삶의 의욕을 간혹 놓아 버리는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르곤 한다.
하지만 약간의 마음 상처는 쉽게 생각하고 이내 망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특히 자신이 상대에게 아픔을 던져줬을 땐 상대가 얼마나 아픔을 겪고 있을까 하는 고려는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이 같은 작은 상처는 몸에서 발생했을 경우 약을 먹거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이에 비해 마음의 응어리나 상처는 대다수 현대인들이 모르쇠로 지나치거나 특별히 아픈 자신의 마음을 어르고 달랠 여가를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또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겠다고 정신병원이라도 찾을라치면 금세 주변에서 정신병자 취급하는 분위기도 이와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필자는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많은 상처를 '문명병'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문명병의 큰 특징은 편리와 이기적인 생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논리는 금전만능의 문명병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곤 한다. 모든 물적인 토대가 돈의 가치로 변질된 상황에 놓여 있는 까닭이다.
가령 고급스러운 장미꽃 한 송이와 들에 마구 핀 개나리 한 송이에서 꽃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금전적인 가치를 따져보면 장미꽃의 가격대가 월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인간위주의 시장가격이 매겨진 탓에 이 꽃, 저 꽃의 아름다움도 마치 돈의 가치와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나리꽃 스스로 아 무 말도 안 했음에도 가치가 매겨지는 운명을 겪게 된다. 문명병은 이처럼 몰가치성을 창출하는 동력을 돈에서 찾는다. 본래적인 개나리꽃의 아름다움도 환전의 금액으로 매겨지는 운명을 현대에서부터 안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몰가치성은 눈에 보이는 아픔, 즉 육체적인 상처에 대한 비용 지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마음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선 직접적인 드러남이 없는 까닭에 이를 치료하고 개선하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최근 들어 자살률이 크게 높은 이유는 바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마지막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을 몰고 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육체의 병은 마음의 병을 동시에 몰고 오는데 이에 반해 병들지 않은 마음가짐이 있을 때 비록 육체적인 병든 몸이라 할지라도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본격적인 생활병원이 자리 잡을 시기이기도 하다. 눈에 띄지 않는 마음 병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의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우병철 365정형외과병원 병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