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머물면 삼류 인생을 전전할 것 같은 조바심이 앞선다. 그래서 서울에 입성했다. 국회의사당을 보면서, 청와대를 지나면서, 세계 각국의 대사관을 감상하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것이라는 안도감이 앞선다. 덜떨어진 낙오자들이 지방에 머물며 서울을 동경한다. 이것이 요즘 트렌드란다.
서울로 가야 성공의 열쇠 하나를 거머쥘 수 있다는 지방 학부모들의 암묵적 합의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누가 누구를 나무라고 원망할 것인가. 정말 아이들에게만 분통을 터뜨려야 하는 것일까. 혼란스럽다. 세상이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거꾸로 된 이치를 아이들이 행하지 못한다고 원망하고 분통 터뜨리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지방이라는 말을 서울에서는 시골이라고 퉁쳐 얘기한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현자들도 서울에 입성하고 나면 서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지역은 생색내기 정도로 대충 아우르고 달래면 그만이다. 시골은 시골일 뿐이다. 아직 서울처럼 약아빠진 처세에 물든 인간 숫자의 비율이 적기 때문에 적당한 약속과 거짓을 진실로 위장하기 쉽다. 서울의 거창한 이력이 통하는 것이 지방이다.
오는 6월이면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서울의 대단한 이력을 지닌 인물들이 지방, 즉 시골을 휘젓고 다닌다. 서울 무슨 대학을 나와 무슨 행정 고위직이며, 서울 어디에 근무한 이력들이 빼곡하다. 우리 촌동네에 무엇을 했다는 이력은 좀체 찾을 수 없다. 지방 어떤 대학 졸업장은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건너뛴다. 서울 무슨 대학원이 훨씬 효과적이다. 청와대의 말단직 이력이라도 그것이 제격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덩달아 추수하는 지방의 민심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며 세상의 권력이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던 시절이 있었다. 이땐 적당히 영어 몇 자라도 쓸 줄 알면 그것이 곧 권력과 직결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미국 유학이라도 다녀오면 주요 정부의 요직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권력이 쥐어졌다. 만사가 미국의 생활패턴이 곧 문명의 삶을 사는 지혜로 여겨지곤 했다. 이런 현상들이 서울행을 부추기고 서울 사람으로 행세하고픈 욕망을 만들어낸 원흉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거나 직장생활로 이력을 쌓은 인물들이 지방에 내려오면 가소롭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필자의 과대망상일까. 지방분권 하고 떠드는 세력들은 열등의식의 발로로 외치는 허무한 메아리일까. 그러나 정말 이건 아니지 않은가. 이 좁은 나라에서 정치가, 문화가, 행정이 지역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서울 중심의 잣대로만 움직인다는 안타까움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진정한 지역 출신의 선량들이 뽑히는 선거가 기대된다.
우병철 365정형외과병원 병원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