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칼럼] 갈수록 가관인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건 약속이 '예상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다를 줄 알았다. 새누리당이 어떤 정당인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벗으려고 간판도 바꿔 달고, 상징 색과 로고마저도 스스로 바꾼 정당이다. 재탄생을 선언했다. 특히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면서 분명히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 공약인 기초 단위 선거 정당공천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대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말로 분노한 여론 달래기를 시도했다. 아직 기억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게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속임수'였나? 결과적으로 상향식은 말뿐이었다. '산에 길을 내기는 어려워도 길을 내놓으면 다니기는 쉽다'는 말에 담긴 진리는 여기서도 적용된다. 거짓말도 하면 는다고 했다. 한 번 약속 어기기가 어렵지 두 번, 세 번 어기기는 쉬운 법인가 보다. 이런 식이라면 재탄생을 선언한 새누리당이나 떨쳐버리고 싶은 차떼기당의 추억이 서린 한나라당이나 다를 게 없다.

새누리당의 최근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청와대에 질질 끌려다니느라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자기 목소리도 없고, 기초연금 문제나 국정원 문서 위변조 의혹 등 현안 앞에서는 제대로 일을 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과연 집권 정당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지방선거에 정신이 팔려 현안을 챙기지 못한다는 변명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선거 준비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어서다. 어찌 된 심판인지 잠잠하던 '친박과 친이'라는 계파 갈등마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인다. 공정하고 엄정한 룰도 하나 제대로 만들어두지 못했다.

특히나 '새누리당의 사전(辭典)에 지방이 있기는 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도 된다. 지방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것은 한나라당 때나 같다.

새누리당의 최고위급 회의인 최고위원회의와 지방선거 공천 문제를 다루는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오는 모양이다. 대구 북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선거에 남자들은 나서지 말라는 의견도 여기서 나왔다. 다른 지역 이야기도 들린다. 이곳저곳 찔러나 보자는 심산인가? 반발이 거세다. 해당 지역이 발칵 뒤집어지고 나서야 다소 후퇴를 했지만 새누리당이나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이 입은 상처는 너무 깊어 보인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 반성이나 후회 내지 신중의 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서 까라면 까지"라는 오만함마저 감지된다. 아직 여성 공천에 따른 남자 예비 후보들의 경계경보가 완전 해제 단계는 아니다. 여전히 여성우선공천지역이라고 지정만 하면 인생을 걸고, 운명을 걸고 승부수를 띄운 남자들은 닭 쫓던 강아지 꼴이 된다.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를 말자는 게 아니다. 이들의 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우리 사회의 성숙도도 높아진다. 정치 분야의 성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란 게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꺼내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또 왜 특정 지역만이 그 대상이 돼야 하나? 전국이 모두 여성우선공천지역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선거 1년 전쯤에는 해야 한다. 그래야 출마를 하든 포기를 하든 준비라도 하지 않겠나. 이미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는 후보들의 발목을 잡는 일을 그렇게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도 아닌 그들의 소속 정당이지 않는가. 역시 이 대목에서도 지방과 지방 사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남자들을 우격다짐으로 주저앉히기보다는 여성 우대 가산점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10%든 20%든, 여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30%든.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더 늘려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고민조차 않고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힘자랑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대구시장 후보를 여성으로 공천하자는 이야기가 새누리당 고위급 인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달리 근거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해보면 어떠냐는 주장이었다. 정식 회의 자리인데 할 말과 못 할 말도 구별 못 하나 보다. 이런 사람들이 집권당 간부로서 지방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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