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미래 한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어느 중학교 미술 시간. 한 학생이 컴퓨터 3D 디자인 도구를 사용해 우아한 화분대를 디자인한 후 출력 버튼을 누른다. 잠시 후 3차원 프린터의 레이저 커터가 불규칙한 기계음과 함께 상자 모양의 육면체를 조금씩 깎아낸다. 10년 후면 가능해질 한국 학교의 미래상이다. 개인이 책상에서 물건을 만드는 새로운 '제조의 시대'는 그렇게 우리의 생활을 바꿀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그의 책 '메이커스'(Makers'제조업자)에서 향후 10년간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1, 2차 산업혁명이 제조업 혁명이었듯이 3차 산업혁명도 제조업 혁명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하였다. 이러한 모범 사례로 독일이 꼽히고 있다. 독일은 특유의 제조업 경쟁력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그뿐 아니라 2020년 비전으로 '인더스트리(Industry) 4.0'을 구상하여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제조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3D 프린팅, 생산로봇,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결합하여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은 물론 고객별 맞춤 제품 생산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제조업에 IT를 덧붙이려 하는 걸까?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서비스화를 촉진하기 위해서이지만, 고용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조업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동 생산성이 매우 증가하면서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40년 동안 제조업 생산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제조업 일자리는 약 30%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IT와 제조기술의 접목이다. 최근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업종 간 융합의 사례는 그러한 트렌드의 대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다. 'IT 태생'이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드론(무인 소형비행기) 제조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이 닿지 않는 산간벽지까지 인터넷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다. 만약 페이스북이 타이탄을 인수하면 페이스북은 결국 첨단 비행기를 제작하는 업체가 된다. 그렇게 되면 페이스북은 IT기업이자 서비스기업인 동시에 제조기업으로 진화한다. 이는 IT 서비스업이 제조업화(드론 제조) 된 것이며, 동시에 제조업의 서비스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획기적인 생산성 제고는 물론 산업생태계의 융복합 및 확대를 가져와 고용에 대한 기여도를 크게 높여준다. 페이스북의 사례를 참고해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드론을 통한 IT 서비스는 기존 IT서비스 인력과 드론 제작 인력 외에 이 둘을 합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고부가가치화 하는 데서도 추가 고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제조업도 IT의 접목으로 제조업 르네상스가 가능할까.

일단 필자는 한국이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춘 나라임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IT 선진국인데다 제조업 기반도 나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제조업 4.0시대'의 성패가 달려 있다.

21세기 제조업은 제품 개발의 인건비가 비싸도 혁신이 빠른 나라가 유리하다. 그래서 최근 애플, GM 등을 필두로 많은 제조 기업들이 미국으로 U턴해 혁신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생산성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혁신을 도모할 인재 육성과 자본 조성, 산업의 융복합을 촉진하는 규제완화가 선결조건이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대중들로부터의 자금유치)을 통한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 조달이 창조경제의 원동력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하고 혁신적인 산업 및 금융 생태계의 조성으로 초연결(Hyp erconnectivity) 사회 속에 초경쟁(Hypercompetition)을 감내하는 대한민국의 제조기업 히든챔피언들이 속속 출현하기를 고대한다.

고준형/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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