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의 매력 중에 하나가 무동력 비행을 하면서 상승기류를 찾아 더 높게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쳐 두고서 자연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천연스러움이랄까? 그러나 사람의 본성 중에는 역시 필요를 위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려는 도전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원하는 곳, 원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만큼 높게 멀리 날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유럽의 몇몇 파일럿들은 1992년을 즈음해 작고 가볍지만 매우 강한 출력을 가진 프로펠러를 장착한 소형의 항공 동력장치를 짊어지고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했다. 그리고 꽤 괜찮은 동력비행 결과를 얻었다.
그렇게 시작된 모터 패러글라이딩은 급속하게 세계로 보급됐고 현재는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대만, 태국 등지에서 많은 모터 패러글라이딩 파일럿들이 비행을 즐기고 있다. 모터 패러글라이딩의 장점은 역시 장소의 제한 없이 이륙이 자유롭고, 추력에 의해 수월한 고도 상승과 능동적이고 다이내믹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장비가 발전하면서 편안하게 2인승 비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패러글라이더 외에 고가의 추가 장비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바람이 강할 때 동력장치가 만들어낸 전진력이 서로 충돌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장소나 시간의 제약을 받는 부분이 있다.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더로 서커스를 펼쳐 보이는 '아크로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장르도 있다. 패러글라이딩이 전 세계에 보급되던 초기에는 곡예비행 기술이라고 해 봐야 스파이럴 다이빙(나선형 급회전 강하)이나 윙 오버'피치 업다운(날개를 전후좌우로 크게 흔드는 것) 정도였다. 게다가 당시의 파일럿들은 위험한 곡예비행보다는 주로 높은 고도를 획득하는 기술이나 장거리 비행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날개가 고정되어 있지 않는 패러글라이더의 경우에는 다른 고정익 항공기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곡예비행을 구사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실험정신이 강한 아크로 파일럿들이 비행 중에도 대체로 자유롭게 날개의 형태에 변형을 줄 수 있다는 패러글라이더의 특징을 최대한 이용해 오히려 고정익 항공기보다 더 화려하고 아찔한 곡예비행 기술을 만들어 냈으며 이제는 정식으로 세계 아크로 비행 경연대회를 개최할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예술 수준의 아크로 비행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 '스피드 글라이딩'이라는 장르도 있다. 사실 패러글라이더가 만들어진 것이 프랑스의 한 등반가가 산을 등정한 후에 정상에서 패러슈트 낙하산을 타고 하산한 것이 패러글라이더의 시초였다. 스피드 글라이딩은 마치 그때 당시 처음 산 정상에서 캐노피를 펼치고 오로지 활강만을 하던 초기의 패러글라이딩과 고스란히 닮아 있다. 단지 달라진 것은 활강의 목적이 초기의 안전하고 편안한 하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빠른 스피드와 좀 더 강한 역동성에 있다. 앞서 소개한 아크로 글라이딩처럼 스피드 글라이딩은 보통의 패러글라이딩과는 달리 매우 빠른 비행을 즐기고 싶은 파일럿들에 의해 시작됐다. 따라서 보통의 이륙장과는 달리 매우 높고 경사가 급한 산악지형에서 주로 이륙해 상승기류를 찾거나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고 오로지 빠른 속도로 활강하면서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글라이딩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러한 특성상 우리나라는 스피드 글라이딩을 즐길 만한 곳은 별로 없다. 주로 피오르 지대가 많은 유럽을 중심으로 비행을 즐기는 파일럿들이 많다. 그 외에도 히말라야의 고산지대나 북미의 고산지대에서도 많이 즐긴다.
조영근(빅버드패러글라이딩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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