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겨들어야 할 독 메르켈 총리의 통일 조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어제 한'독 정상회담에서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었다'고 했다. 독일 통일에 빗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통일 대박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남북한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독일 총리의 인식에도 주목한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 주민들이 서로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웠지만 한반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의 조언은 새겨들을 것이 많다.

총리의 말대로 한반도와 독일은 같은 듯 다르다. 동서독은 분단 시절부터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해 왔다. 동서독 주민 간 서신 교환이나 전화 통화는 무제한 허용되고 있었다. 동독 주민들은 서독 TV를 시청할 수 있었다. 동독 언론의 특파원이 서독에 상주했고 서독 특파원도 동독에 머물렀다. 1950년부터 통일 전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간 인구가 490만 명에 달했다. 반대로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주한 사람도 47만 명이 있었다. 체제는 달랐지만 주민들 간 큰 이질감은 없었다. 서독의 통일 정책은 동독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맞춰져 있었고 동독 주민들은 이를 알게 됐다.

굳이 메르켈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 정권은 남한과의 주민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남'북한 주민들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간이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고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동질성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이 관건이다. 우리는 독일 통일에서 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통일 전 독일과 달리 한반도의 주민 간 접촉 통로는 꽉 막혀 있다. 통일 논의는 북한 정권을 설득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서신 왕래나 교차 방문 허용 등 주민 간 접촉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 순리다. 통일을 화두로 올리는 일이 부쩍 잦지만 남북한 간 동질성 회복 없이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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