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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꼬리표 잘라내도 또 자란다…『확신의 덫』

확신의 덫/장 프랑수아 만초니'장 루이 바르수 공저/이아린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

리더십 분야의 석학인 두 지은이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부하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잘 못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실제로 무능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를 '필패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상사가 부하 직원이 필패한다고 믿으면 필패한다는 것이다. 즉, 상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인지적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이런 편견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유능한 직원조차 무능한 직원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나 스포츠 현장, 가정교육에서도 적용된다.

두 지은이는 "우리가 만난 사람 중에는 단 10분만 봐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직에서는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제 또는 처음의 결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제 등 섣부른 확신이 개입할 가능성이 무수히 많다. 문제는 이처럼 '확신의 꼬리'가 붙은 사람에게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꼬리표가 한 번 붙은 사람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점점 더 위축되어 결국 또 성과를 올리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결국 개인과 조직 전체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책은 확신의 위험에 대해 ▷사람을 10분만 보고 알 수는 없다 ▷태도가 곧 경쟁력은 아니다 ▷첫인상은 함정일 수 있다 ▷사람보다 결과를 앞세우는 태도 ▷관심이 커질수록 자발성은 줄어든다 ▷지나친 애정은 자발성을 부식시킨다 ▷과도한 점검은 취조와 같다 ▷그릇된 기대는 그릇된 실행의 악순환을 부른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일수록 더 눈에 띈다 ▷검열이 촘촘하면 성과는 낮아진다 등을 꼽는다.

또 '확신의 덫'에 빠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부하가 추락하면 상사 역시 추락하고, 조직 역시 위험해진다 ▷상사의 꾸중을 두려워하는 부하는 상사와 교류를 끊어버림으로써 상사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지 않으며, 상사의 의구심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실패유발의 역학이 작동하도록 한다 ▷부하 직원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점에 상사가 충고나 조언을 함으로써, 부하직원은 이를 불공평한 대우로 여기거나 벌을 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에 충고를 따르지 않는다 ▷부하 직원이 상사의 진솔한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상사는 부하직원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함으로써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

상사의 '확신의 덫'에 빠진 직원은 처음에는 반발하거나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려고 노력하지만, 일단 필패 신드롬이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상사와 부하 양쪽 모두 그것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부하의 안간힘이 상사의 눈에는 '어처구니없는 노력'으로 보이고, 상사의 무시가 부하의 눈에는 '자신에 대한 나쁜 편견'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성과가 낮아 보이는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일까? 두 지은이는 '해고는 가장 빠른 해결책일 수 있지만 현명한 해결책은 아니다. 해고를 하면 대부분 다른 직원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실패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기에 채용과 적응, 훈련에 드는 비용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성과가 낮은 직원들을 단순히 해고해버리는 임원들은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손실도 계속 발생한다'고 말한다.

책은 섣부른 확신, 성급한 결론, 일방적인 간섭이 조직과 사람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상사와 부하, 교사와 학생, 코치와 선수가 서로 격려하고 지원해줄 때 더 나은 성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지은이 장 프랑수아 만초니는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학과 교수로 있었으며, 현재는 쉘 인사조직개발 의장 교수이자 경영기법 교수로 있다. 공동 지은이 장 루이 바르수는 인시아드의 선임연구원으로 있었으며, 현재는 IMD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조직 행동, 그중에서도 특히 비교문화 연구와 양자관계 분야의 전문가다.

440쪽, 1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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