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유배문화체험촌 조성사업(본지 2012년 12월 17일 자 6면 보도)이 2년여째 표류하고 있다. 포항시가 대상부지를 몇 차례나 바꾸면서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해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012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18억원(부지매입 5억원'시설비 13억원)을 들여 장기면 마현리에 약 1만㎡ 규모의 유배문화체험촌을 2014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면은 고려 말부터 유배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62명이 장기면에 유배를 왔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나 지역 사학계는 105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암 송시열(4년 거취)과 다산 정약용(220일 거취) 등 당대의 석학들도 장기면에서 유배형을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머물렀던 거처와 우암의 유배 시절 후학들이 세운 '죽림서원' 등이 근현대를 거치며 대부분 훼손돼 현재는 옛 성현들의 자취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포항시는 유배문화체험촌을 통해 우암과 다산의 유배 당시 주거지를 복원하고, 관광객들이 유배생활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11년 10월 유배문화 스토리텔링 및 기본구상용역을 완료했으며 이듬해인 2012년 12월 실시설계 대상업체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 사업은 대상부지를 확정 짓지 못해 2013년 1월부터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시는 최초 대상부지로 예정했던 곳에 대해 진입로가 좁고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2013년 1월 인근의 다른 부지로 대상지를 변경했다.
하지만 이 부지는 장기읍성(사적 제386호)과 불과 300여m 떨어져 있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건축물 설립이 제한돼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상지로 정했다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포항시는 2013년 말 다시 대상부지를 변경했으나 이번에는 토지소유자가 시의 감정평가 금액에 불만을 표시하며 매매를 거부해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기충효관 금낙두(향토사학자) 관장은 "유배문화체험촌은 오지마을인 장기면에 관광산업이라는 새 희망을 던져주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일부 땅 주인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대상부지를 몇 차례나 바꾼 것은 포항시의 의지와 준비 부족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포항시 관광진흥과 김영철 과장은 "대상부지를 시유지 등 행정 편의를 위해 선정한다면 금방 진척을 볼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유배지역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최적지를 찾다 보니 애를 먹고 있다"며 "토지 소유자들을 설득하는 한편 다른 적정 부지가 있는지 찾고 있으니 늦어도 내년까지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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