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의원 겸직 금지 심사,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한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없는 자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겸직 금지 심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주로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등에서 각종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20명 정도가 집중 심사 대상이다. 심사 결과 겸직 금지 결정이 내려지면 겸직하고 있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해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겸직금지는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국회법상 폭력방지 조항, 국회의원 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됐다. 그러나 겸직 금지라는 말만 그럴 듯할 뿐 실제로 빠져나갈 구멍은 넓어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였지만 지난 2월 개정 국회법 시행을 앞두고 국회 내 겸직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겸직을 폭넓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겸직이 허용되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의 내용 변질이다. 초안은 '공익'의 범위를 '국가'사회의 이익에 기여하거나, 장학'학술'자선 사업 등을 수행하거나, 영리가 아닌 공익 활동'으로 규정했으나 여야는 '영리가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바꿨다. '명예직' 역시 '비상임'무보수,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집행'감독 권한이 없는 직(職)'에서 '비상임'무보수'로 축소했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의 범위를 넓혀 겸직 가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무늬만 특권 내려놓기였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윤리심사자문위의 겸직 심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를 내놓을지 의문이다. 자문위는 현재 88명의 의원이 겸직하고 있는 290개 자리 가운데 140개 안팎이 겸직 금지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140개 중 상당수가 겸직해서는 안 되는 자리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자문위는 비록 겸직 금지 규정상의 한계는 있지만 철저하고 엄격한 심사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도 겸직 금지는 무엇보다 불편부당한 입법활동과 국회활동 전념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자각하고 스스로 겸직을 포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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