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끌어온 국내 첫 담배소송이 담배회사의 승소로 확정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 중인 담배소송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보공단은 그동안 축적해온 대규모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흡연과 개인의 암 발병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와 담배회사의 위법성, 제조상의 결함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빅데이터로 인과관계 증명 자신
건보공단은 지난 2012년 6월 모든 국민의 진료, 건강검진, 소득'재산 등 1조3천34억 건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925억 건에 달하는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처럼 장기간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통해 흡연의 폐해와 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1992~1995년 건강검진을 받은 130만 명을 19년간 추적 연구해 흡연자의 질병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9~6.5배까지 높았다는 결과를 내놨다. 남자 흡연자의 후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6.5배 높았고, 폐암은 4.6배, 식도암은 3.6배 높게 나타났다. 여성 흡연자의 후두암 발생 위험도 비흡연자보다 5.5배 높았고, 췌장암 3.6배, 결장암 2.9배 등으로 조사됐다.
흡연으로 인한 35개 질환의 추가 진료비 지출은 2011년 기준으로 연간 1조7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48만 명의 건강검진 자료를 통계청 사망 자료와 연계해 '흡연과 사망' 관계를 추적했다. 그 결과 흡연이 전체 사망에 기여한 위험도는 남성 34.7%, 여성은 7.2%로 나타났다.
2012년 전체 사망자 26만7천221명 가운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21.8%인 5만8천155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올 초에는 흡연이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흡연 유해성과 직접적인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문제는 개인의 암 발병과 흡연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더라도 흡연 관련 질환이 반드시 담배 때문에 발병했다는 관련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재판부는 흡연의 본질이 건강에 유해한 니코틴과 타르를 흡입하는 일이므로 담배회사의 제조물 설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담배회사가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흡연을 계속한 것은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KT&G가 중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담배연기의 pH농도(수소이온농도)를 조작하기 위해 암모늄 화합물을 비롯한 유해한 첨가제를 사용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예정대로 이달 14일쯤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소송 규모는 537억원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2001∼2010년 폐암, 후두암 진단을 받은 암 등록 환자 가운데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역학적으로 동일 조건에 있는 표본집단) 자료에 포함되고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이라고 답한 3천484명에 대한 공단의 치료비 부담금이다.
서울고법에서 인과성을 인정한 폐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그리고 흡연과의 인과성이 95% 이상으로 보고된 폐암(편평상피세포암) 등 3종의 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우선 청구하고 소송 과정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한다는 것.
건보공단 관계자는 "개인이 제기한 소송은 담배사의 책임을 입증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공공기관인 공단은 공단의 검진자료를 비롯한 대규모 자료를 바탕으로 한 만큼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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