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냐 인정이냐?/낸시 프레이저'악셀 호네트 지음/김원식'문성훈 옮김/사월의 책 펴냄
분배와 인정, 나아가 우리 시대 정의에 관해 치열한 논쟁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분배와 인정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여기거나 분배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경제주의적 시각을 잘못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분배와 인정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환원될 수 없는 관계로 보고 이차원적 정의관을 제안하는 데 반해 호네트는 분배를 인정의 표현으로 보고 불평등한 분배의 토대인 사회적 인정 질서에 주목한다.
두 철학자는 상대의 주장이 가진 약점을 드러내고 각자의 주장을 방어하면서 논의를 한 걸음 더 진척시킨다. 이를 통해 두 철학자는 기존의 분배 정의론이나 공동체주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실천적인 정의론을 제시한다.
존 롤스의 '정의론'(1971)에서부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2009)에 이르기까지 정의에 대한 논쟁은 크게 두 대립 축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존 롤스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면서 분배로서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마이클 샌델로 대변되는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는 공동선으로서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정의론은 오랫동안 서로 대립해왔지만 실천과 결부되지 못한 채 이론적 논의로만 남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에 따라 프레이저와 호네트는 추상적이고 비역사적인 담론을 넘어서는 현실과 고군분투하는 정의론을 제안한다. 두 철학자는 정의에 관한 논의를 단지 도덕철학적 차원에만 국한시키지 않으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론뿐 아니라 실제적인 정치적 실천과도 정교하게 결합시킨다. 40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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