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은 어떤 관계일까?
둘은 아주 잘 어울리는 환상의 커플인가, 아니면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적대적인 커플인가. 얼마 전만 해도 정답이 뻔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둘은 갈수록 서로 궁합을 맞춰가는 관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조원 넘는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단적인 예다. 7선 의원임에도 정치의 중심과는 다소 먼, 변방인에 불과했던 그가 이번에는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듯하다. 그가 시장선거에 성공하든, 못 하든 차기 대선에서 여당의 강력한 후보로 발돋움할 것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그를 '재벌가 철부지'쯤으로 치부하던 정계의 시각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 사회는 금력(金力)이 권력까지 장악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재벌가에서 태어나야만 권력의 최고봉에 설 수 있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런 흐름을 마냥 부정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렇듯 돈과 권력의 동거는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어느 정도의 '도덕적 불감증'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포항에도 사례가 있다.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 6위(163억원)를 차지한 강석호 의원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모색하다 인근의 영덕'울진 지역구에서 재선을 했다. 이번에 경상북도지사 출마도 고려했던 꿈 많은 정치인이다. 포항 사람들은 그를 두고 '포항에서 돈을 벌고 지역구에서 돈을 푼다'고 평한다. 그가 국회의원직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포항에 있는 그의 기업과 부동산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 때문이다. 돈과 권력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지방선거에 포스코 하청업체 오너들이 대거 출마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경북도의원, 포항시의원으로 유력한 후보들이 여러 명이다. 포스코 하청업체 오너가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시민들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수 있는 부분이다. 경북도와 포항시에 적극 협조해온 포스코와의 관계 설정이 뒤바뀔 소지도 얼마든지 있다. '하청업체를 운영해 돈을 벌었으면 됐지, 선거직에까지 나서려고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직까지 우리 서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돈과 권력 중 하나만 선택하길 바란다. 둘 다 가지려고 욕심 내다 보면 언젠가 배탈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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