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한때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2007년 즈음 한국의 모 일간지에서 베트남에 근무중인 모 은행원이 현지에서 부동산 투자로 수 십억 원을 벌었다는 기사가 나와 장안의 화제가 됐다. 당시 한국의 수도권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최고 정점에 이르렀을 때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던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 기사는 상당히 부풀어 진 것이 사실이었고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외지투자자들이 그 후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면 2006년에 호치민 시내 한국계 D건설회사가 72sqm(약22평)아파트를 약 만 불에 분양을 했는데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무려 18만불 까지 상승했었다. 하지만 그 후 내리막길을 걸어서 현재는 분양가 수준으로 다시 내려 온 상태이다. 미리 투자를 해서 매도를 했던 현지의 교민이나 외지투자자들 일부만이 재미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에 실 거주하는 외국인 개인이나 주재원 거주를 위해 구입한 법인소유의 아파트들은 통상 매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가격 등락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특성상 자산 가격에 쉽게 거품이 일기도 하고 또한 일시에 급락하는 경우도 흔해서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덩치가 가볍다 보니 주요 투자자인 선진국들의 경기와 국가의 부동산정책 발표에 따라 등락이 심해 투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현실을 모르고 언론과 주위의 입 소문으로 투자에 뛰어들어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이 주위에 적지 않았다. 심지어 무리하게 현지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이자도 못 내어 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아직도 고통을 받는 교민들도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 보면 그 당시 한국에서도 고점에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이 이젠 하우스푸어가 된 사례와 유사한 것이다. 특히 이곳 은행대출금리는 12%~20%로 매우 높아 아파트를 임대해주고 임대료 받아 이자조차 갚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리기도 했었다.
인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돈 냄새 나는 솔깃한 사실이 내게까지 들어온 때는 그 소문이 이미 퍼질 만큼 퍼져 왜곡과 과장된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관점에서 보면 그 때가 흔히 말하는 상투인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깨우침은 항상 늦게 오는 법이다.
사실 외국인으로서 현지 부동산 투자에는 법적 제한도 많아 쉽지도 않은 상태이다. 부동산 시장이 100% 개방되어 있지 않아 현지에 투자를 한 외국기업 대표라든가 부인이 베트남인 경우 등 몇몇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정식 소유권을 가질 수도 없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위 소개로 현지인 명의를 빌려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추후에 소유권 문제로 다툼의 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범위는 외국계 건설회사가 지은 아파트를 매입 시 그 건설회사와 30년 이상 임차계약을 하는 방식인데, 소유권이 아니라 임차권을 사고 파는 형식이다. 또한 토지는 아예 외국인이 투자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참고로 베트남 현지인들은 아파트보다는 일반주택을 선호하고 건물보다는 토지에 대한 소유욕구가 매우 강한 편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비롯한 중국, 싱가폴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대량 공급했으나 분양율이 50%도 되지 않는 등 수급조절에 실패하여 극심한 위기를 겪어왔다. 정부에서는 최근 외국인들의 주택구입 조건을 완화하는 등 극단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주요 골자는 베트남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3개월 이상 유효한 비자를 소유한 경우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또한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펀드,외국법인 지사와 사무소도 주거용 부동산 매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행히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지난 몇 년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요즘 서서히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기가 호전되어 베트남에 또 다시 많은 외국기업들의 부동산 투자가 이뤄지고 국민소득이 증가되어 자국민의 구매력이 넉넉해져야만 시장은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요즘 핫 이슈로 떠오른 베트남 주식시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베트남교민잡지칼럼니스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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