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배가 침몰하기 직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만 지켰더라도 희생자의 수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공개한 세월호의 사고 당시 교신 녹취록을 보면 선박직 승무원들끼리 무전 교신을 하며 대부분 브리지(함교)에 모여 있었다. 이후, 해경 함정 등 구조선이 접근하자 일사불란하게 탈출한 사실이 검경합동수사본부 조사에서 밝혀졌다.
선박의 비상 시 매뉴얼에 따르면 선장은 조타실에서 남아 끝까지 총지휘해야 한다. 또한 항해사는 사고 현장 지휘와 구명정 대기 임무를 띠고 있고, 조타수는 구명정과 사다리를 내리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책임져야 할 선원 누구도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선박직 선원 상당수가 안전한 브리지에 모여 있었다는 것은 침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정작 승객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키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으로 한 채 자신들의 살길만 찾아 나선 것이다.
세월호와 진도해상교통센터(VTS)의 책임 미루기도 드러났다. 배가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진 그 긴박한 상황에서 세월호는 탑승객의 탈출 여부를 해경(海警) 관할의 진도해상교통센터에 거듭 묻고 있었다. 그리고 VTS는 현장 상황을 잘 모른다며 최종 판단을 선장에게 미뤘다. 고교생 325명을 포함해 470여 명의 승객이 탄 배가 기울고 있는데, 수백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사고 상황 전달과 승객 탈출 여부 결정 논의로 허망하게 흘려보냈다. 그 사이에 구명조끼까지 갖춰 입은 탑승객들은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선실에서 기다리다 탈출 기회를 잃고 바닷물 속으로 잠기고 말았다.
선장과 승무원의 책임 유기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설사 위험이 자신에게 곧장 들이닥치더라도 마찬가지다.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저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인간성 상실의 행태에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형언할 수 없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수사본부는 이를 낱낱이 밝혀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참사를 예방하고, 안타까운 생명이 헛되게 사라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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