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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일벌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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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 손자는 빼어난 병법(兵法)을 글에 담았다. 오왕 합려는 그의 병서에 무릎을 치면서도 이론이 실전에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합려는 손자를 초빙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대의 병서는 모두 읽었다, 실제로 군을 지휘해 보여 줄 수 있는가." "좋다." "여자라도 괜찮은가." "물론이다."

합려는 180명의 궁녀를 불러 손자에게 맡긴다. 손자는 이들을 90명씩 두 대로 나눴다, 그리고 합려가 아끼는 총희(寵姬) 두 명을 각각 대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궁녀들에게 창을 들려 준 후 지시한다. "앞으로 하면 가슴을 겨누고 좌로 하면 왼손을, 우로 하면 오른손을, 뒤로 하면 등을 보라."

군령을 내렸지만 궁녀들은 소리 내어 웃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손자는 "군령이 분명치 않아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책임"이라고 강조한 후 다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궁녀들은 크게 웃을 뿐이었다.

손자는 결연했다. '군령이 분명한데도 따르지 않는 것은 대장의 책임'이라며 두 총희의 목을 베려 했다.

당황한 합려가 급히 전령을 보내 "과인에게 총희가 없다면 낙이 없다. 그들을 용서해 달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손자는 "신은 이미 임금의 명을 받고 장수가 되었다"며 두 총희의 목을 베고 말았다. 궁녀들은 군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합려는 총희를 잃은 아쉬움에 며칠을 앓아 누우면서도 손자를 대장군에 임명했다.

뜬금없이 일벌백계 일화를 떠올린 것은 '관피아'란 비난을 듣는 공직 사회가 '웃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 궁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학생 등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는 불법 시공 등 여러 문제가 복합돼 일어났지만 이 사고로 기소된 공무원은 '0'이었다. 대형 사건'사고 때마다 감독 문제가 불거지지만 담당 공무원이나 감독 관청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형사 처벌되는 것도 뇌물 수수로 명백한 불법이 드러났을 때뿐이다. 공무원이 평소 시설물에 대한 관리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때는 무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피아'는 사라질 수 없다. '웃으며 움직이지 않는 궁녀'를 일벌백계로 다스렸던 손자의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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