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도시 안동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꼬마버스 타요'(이하 타요 버스) 열풍에 휩싸여 있다. 서울을 누볐던 '타요 버스' 4대가 지난달 안동에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린이 세계에서 타요 버스의 인기는 이제 '뽀통령' 뽀로로를 넘어섰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본격 출동을 기다리는 안동 타요 버스 운전기사 두 명을 만났다.
◆"타요 보러 서울까지 갔다 왔죠."…타요 운전기사, 권구형 씨
처음부터 파란색 타요 버스를 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보생명 맞은편에서 81번 노란색 꼬마버스 라니를 기다렸는데,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라니, 언제 오는 거니….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추위에 지칠 무렵, 만화처럼 파란색 타요가 '짠' 하고 나타났다. 타요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만난 사람은 3-1번 타요 버스 운전기사 권구형(52) 씨. 평일 낮이라 버스에 승객이 두 명밖에 없었지만 권 씨는 정복까지 차려입고 있었다. 시내버스 운전 경력 24년째인 권 씨는 버스 모범운전사다. "원래는 다른 번호 버스를 운전해요. 이번에 회사에서 타요 버스에는 버스 운전 10년 무사고 경력이 있는 운전기사들을 중심으로 배치했어요. 아이들이 많이 타니까 안전이 최우선이지요."
안동에서 타요 버스가 본격적으로 운행한 것은 지난달 26일. 두 달 전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의 날을 기념해 운행한 타요 버스가 전국적인 인기를 얻자 안동도 여기에 합류한 것이다. 안동버스와 경안여객이 버스 두 대를 각각 제공했고, 이 버스에 타요와 로기, 라니와 가니 등 꼬마버스 캐릭터 스티커를 입혔다. 버스를 본격 운행하기도 전에 소문을 들은 '타요팬'들이 차고지로 찾아오기도 하는 등 타요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버스를 세워두면 아이들이랑 부모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막 사진을 찍더라고요. 타요 인기가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하하."
권 씨는 2주 전 타요 버스를 타러 일부러 서울까지 다녀왔다. 만화 주인공인 타요 운전기사다운 열정이다. 그는 "유치원생인 조카 애들을 데리고 서울에 갔다왔는데 그 버스 타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엄청 몰려왔더라. 버스 한 번 타는데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며 "서울 운전기사한테 '해보니 어떠냐'고 살짝 물어보니까 '아이고, 죽을 지경입니다~'하더니 그래도 재밌다고 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대목은 어린이날이 낀 3일부터 6일로 예상한다. 이 기간에는 만화 속 캐릭터인 '하나' 누나가 버스에 투입돼 어린이 안전을 책임진다. 베테랑 버스 운전기사인 권 씨는 어느 때보다 이 기간이 기다려진다. "며칠 전에 한 가족이 경북 영주에서 이 버스를 타러 안동까지 왔대요. 멀리서 많은 분들이 타요 버스 구경하러 안동 올 꺼 아입니까. 이 기간은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니까 애들 기분 좋도록 잘 해봐야지요. 하하."
◆ "안동에 애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요." …가니 운전기사, 황규연 씨
대장 타요를 만났으니 이제 다른 버스도 타야 했다. 3번 버스 출발점인 교보생명 앞에 서 있자 빨간 버스 '가니'가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잠깐만요, 기사님! 가니 사진 한 장만 찍을게요!" 3번 가니 버스 운전기사인 황규연(52) 씨는 이런 요구에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시간을 내줬다.
타요 버스의 공식 운행일인 지난달 26일에도 버스를 몰았던 황 씨는 아이들의 '타요 사랑'에 깜짝 놀랐다. "애들이 버스 앞에서 사진 찍고, 버스 안에 타요 노래 나오면 따라 부르고. 어찌나 귀엽던지 '타요 타요~' 하면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나는 배차 시간에 맞춰서 출발해야 하는데 만화 주제가에서 타요가 '출발합니다~' 하면 '아저씨! 빨리 타요 출발하세요!' 하고 보채요. 이거(타요 버스) 하기 전에 안동에 애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안동은 저출산 아닙니다. 하하."
아이들은 작은 것에 열광한다. 버스 외부에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을 뿐 버스 내부는 일반 버스와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버스 방송에서 타요 주제가가 계속 나온다는 점이다. 황 씨는 "회사에서 애들한테 틀어주라고 타요 주제가를 잔뜩 담아주더라"며 갖고 있던 USB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안동시는 '타요 버스 운행 안전 지침'을 만들어 운전기사들에게 배포했다. 버스 목적에 걸맞게 지침 내용도 어린이 친화적이다. 승객 안전을 위해 최대 시속이 45㎞를 넘어선 안 되며, 차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은 승객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하고, 차 안에는 항상 '타요 음악 방송'을 틀어야 한다. 황 씨는 "일반 버스는 도로 사정에 따라 시속 70㎞로 달리는데 타요 버스는 안 된다. 또 버스 좌석이 높아서 애들이 앉으면 발이 닿지 않으니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꼭 안고 타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타요 버스가 느리지만 좋은 점도 있다. 다른 운전자들이 어린이 탑승 차량을 배려하듯 타요 버스를 대하기 때문이다. "일반 버스를 운전할 때 승객들 내려준다고 승강장에 서 있으면 뒤에 승용차들이 막 빵빵대요. 그런데 타요 버스에 애들 태우고 있으면 오래 걸려도 뒤에서 경적을 누르는 차가 없어요. 다른 차들도 타요 버스를 알고 기다려 주는 거죠."
교보생명에서 문화관광단지를 돌아오는 코스인 3번 버스는 평소에 일반 승객 30명을 태우기 힘들다. 안동댐, 허브테마공원인 온뜨레피움, 월영교 등 대표 관광지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승용차로 이동하고, 그나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버스가 만원인 경우가 드물기에 황 씨는 어린이 승객들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황 씨는 "타요 버스 주요 승객이 3~6세니까 유치원 버스를 제외하고 시내버스를 처음 타보는 애들도 많을 것"이라며 "애들이 이날 버스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활짝 웃었다.
글 사진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 꼬마버스 타요란?
꼬마버스 타요는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하고 서울시와 EBS가 공동 제작한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타요와 로기와 라니, 가니 등 다양한 색상의 꼬마버스들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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