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막장 수준 KBS 사태, 공영방송이 이 모양이라니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KBS의 내홍이 거의 '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러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그저께 '청와대 보도 개입'을 주장하며 길환영 사장을 비난했고 길 사장은 터무니없다며 이를 즉각 부인했다. 부'팀장 집단 보직 사퇴에 이어 KBS 기자협회도 사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19일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쯤 되면 공영방송이 아니라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수준이다.

이번 사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전혀 못한 KBS가 자초한 일이지만 KBS라는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언론 의식'사명감 부재가 더 큰 원인이다. 16일 KBS 기자 총회에서 김 전 국장은 "내 사퇴는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었고 경영진이 권력 눈치를 보며 보도에 수시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공영방송의 내부 갈등을 9시 메인 뉴스를 통해 접한 시청자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세계 어느 국가 기간 방송사에서든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구성원들이 서로 치부를 폭로하며 치고받는 이 같은 분란은 꼴불견 그 자체다.

공영방송을 자처해온 KBS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바뀌고 경영 비효율에다 그릇된 보도 행태로 위상이 심하게 흔들렸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촉구하는 국민적 목소리에도 외압 논란과 경영진 불신 등 내부 갈등과 반목은 되풀이됐다. 그러면서 시청료 인상만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 보루라며 시청자를 호도해 왔다.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친 KBS의 행태와 조직 역량으로는 아무리 시청료를 높게 올려도 공영방송은 요원하다.

KBS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치열한 노력과 언론으로서의 자부심, 소명의식이다. 그럴 각오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KBS가 아무리 "공영방송" 을 외쳐본들 수긍할 국민은 없다. 공영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부당한 외압도 이번 기회에 낱낱이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BS 구성원의 자세다. 철저한 반성과 내부 개혁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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