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죽음의 식탁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권지현 옮김/판미동 펴냄

밭에서 쓰는 농약부터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제와 플라스틱 용기까지 일상에 만연한 독성화학물질이 어떻게 사람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수십년간 암, 백혈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불임, 자가면역질환 등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미국, 인도, 칠레 등 10개국에서 50명의 과학자, 활동가, 규제기관 대표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일상을 점령한 수만개의 화학물질이 그 질병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냈다.

저자는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과 규제기관의 논리 때문에 질병을 양산하는 독성화학물질이 일상에 넘쳐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전쟁에서 쓰던 화학무기가 농약으로 재활용되고 화학물질 유해성의 기준이 되는 '일일 섭취허용량'과 '잔류농약 최대허용량'의 개념은 기업과 규제기관이 합작하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

저자는 먼저 농약에 주목한다.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개발된 제품'은 '식물의 건강과 식품의 질을 보호하는 약'으로 둔갑해 농부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기업들이 자사 이익을 대변해 줄 연구자들을 돈을 주고 고용해 연구 결과를 조작하고, 기업이 자의적으로 정한 화학물질 노출 기준치를 보건 당국이 그대로 받아들여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일일 섭취허용량과 잔류농약 최대허용량을 꼽는다. 저자는 생활 방식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농약을 금지하고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는 등 시스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38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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