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개봉된 해리슨 포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도망자'는 그야말로 '도망 영화'에 관한 한 지금껏 고전으로 꼽힌다. 아내 살인범으로 몰린 유능한 의사가 경찰관의 추적을 받으면서 진범을 찾아 헤매는 처절한 사투를 그려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외과 의사가 호송버스에 실려 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탈주를 하면서 시작된다. 연방경찰관이 헬리콥터 등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그를 집요하게 쫓는데, 숨 가쁜 추격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액션과 안갯속의 진범을 찾는 추리적인 요소가 결합돼 색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알베르 뒤퐁텔 주연의 프랑스 영화 '도망자'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 한 탈옥수의 지칠 줄 모르는 도망과 복수를 다룬 액션물이다. 역시 누명을 쓴 도망자의 질주를 다룬 신하균 주연의 영화 '런닝맨'은 '도망자'의 한국 버전이다. 이처럼 '도망의 달인'인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억울한 누명을 썼고, 진실 규명이나 복수를 위한 험난한 행로에서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한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 유명한 도망자들은 모두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는 악질 범죄자들이었다. 1997년 교도소를 탈옥한 희대의 도망자 신창원은 2년 6개월이나 경찰 추적을 따돌렸다. 여장(女裝)을 하거나 자동차 번호판을 갈아 끼우며 귀신같은 도주 행각을 벌이는 동안 수억 원의 돈까지 훔쳐서 술집 여자 종업원을 유혹해 은신처로 삼다가 결국은 붙잡혔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사이비 교주 정명석 목사는 성추문이 드러나자 대만으로 도피한 후 일본과 중국 등을 전전하다가 2007년 5월 인터폴 공조 수사망에 걸려 9년 만에 국내로 압송되었다. 최근에는 도망자들이 성형과 성전환까지 시도하는 등 도주기법도 더욱 신출귀몰해지고 있다고 한다.
수천만 원의 현상금까지 내건 검찰의 추적과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아들 등 그 일족의 행방이 묘연하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억울한 용의자도 아니고, 복수를 해서 진실을 밝힐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닌, 비극적 사건과 부패 기업의 원흉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이들의 탈주 시나리오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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