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칠곡을 '전쟁과 평화의 도시'로 특화하자

칠곡은 6'25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호국의 고장이다. 칠곡은 또한 천주교 순교 성지가 어느 지역보다 많아 사랑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각별하게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로 이질적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숙명적 관계를 지닌 '전쟁(戰爭)과 평화(平和)'에 관한 무한한 역사'문화적 자원을 지닌 곳이 바로 칠곡이다.

칠곡에는 6'25전쟁과 관련한 유적이 특별하게 많다.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왜관철교를 비롯해 55일간의 결사 항전 끝에 대구를 사수하고 북진의 발판으로 삼은 다부동 전적지, 유엔군 참전과 왜관지구 낙동강 전투의 승전을 기념하는 왜관지구 전적지, 국난극복의 최후 보루였던 유학산 전적지 등이 그것이다. 이곳을 순례코스로 개발해 호국체험관광의 메카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칠곡은 천주교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서울의 명동성당과 동시대에 건립된 가실성당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당을 지닌 군 단위 지역이다. 한국 진출 100주년을 훌쩍 넘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있고, 천주교 박해의 상징인 신나무골 성지와 한티 성지가 모두 칠곡에 있다.

현재 세븐밸리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는 왜관읍 봉계리 옛 장자골은 천주교 박해 무렵인 1860년대부터 성당 공소가 운영되었고, 29가구에 100여 명의 신자가 거주했다고 한다. 옹기를 만든 가마터가 있었던 이곳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 어린 시절 한때를 보낸 곳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칠곡에 흩어진 천주교 신앙의 근원지와 순교의 유적지를 한데 묶어 성지순례 코스를 조성하면 좋겠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도 오래다. 왜관수도원과 연계한 종교박물관 건립이나 평화공원 조성 방안도 거론된 적이 있다.

이같이 칠곡을 '전쟁과 평화의 고장'으로 브랜드화하고 이를 테마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칠곡군은 가산산성과 왜관철교, 다부동 전적지 등 호국'평화유적지와 관광자원을 소재로 한 '호국, 평화, 관광사진 전국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가실성당~신나무골~창평저수지~동명성당~가산산성~한티성지에 이르는 천주교 유적과 자원을 연결한 '한티 가는 길'을 칠곡의 대표 숲길로 조성하기 위한 공사에 들어갔다. 이 같은 시도들이 곳곳에 산재한 호국과 순교의 유적을 하나로 묶으면서 칠곡이 정녕 '전쟁과 평화'를 테마로 한 특색있는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