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화농악' 배워 15년째 풍물 재능기부…정규채 씨

매주 4차례 지도 500여 명 거쳐가…지역 행사·축제 때마다 자선 공연

"풍물은 우리 민족의 한과 즐거움이 녹아 있는 소중한 놀이입니다. 시민들에게 풍물을 전수해 전통의 맥을 잇고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구 서구 비산7동 한 건물 지하. 땅따라따 땅~땅따땅따~. 빨간 조끼를 입은 선생이 무대 앞에 서서 꽹과리 장단으로 풍물패를 리더하고 있다. 선생은 자진모리로 잔잔하게 치다가 어느새 빠른 휘모리장단으로 이끌었다. 신들린 듯 꽹과리를 쳤다. 풍물을 배우는 사람들도 장고와 북, 징소리를 높였다.

"봄이 왔네 봄이 왔네~ 삼천리강산에도 새봄이 왔네~" 민요 '풍년가'를 한 구절 읊고는 또다시 한바탕 풍물 판을 벌였다. 이렇게 20여 분이 지나서야 풍물 잔치는 끝났다. 선생과 풍물을 배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화 농악을 배워 15년간 풍물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정규채(64) 씨. 정 씨는 풍물에 뜻이 있는 시민 70여 명을 모아 매주 4차례 풍물 지도를 하고 있다. 사물, 모둠 북, 민요 가락도 가르치고 있다. 정 씨가 지금껏 풍물을 가르쳐준 시민만도 500여 명이 넘는다. 이화 농악은 합천에서 유래하여 창녕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돼왔다. 이화 농악 전수자 강순연 스승에게 풍물을 배운 정 씨는 옛 금호강 갯벌과 갯뜰이었던 만평네거리 부근에서 풍물 전수를 위해 1999년 만평갯뜰풍물단을 만들어 단장을 맡고 있다.

"이화 농악은 1년간 농경생활 전 과정을 모아 재현한 일명 농사 굿 입니다. 가락은 농부들의 일상에서 만들어진 곡이 많고 풍물 마지막에는 풍년가를 부르는 게 특징입니다."

정 씨는 젊은 시절 태권도 사범생활을 하다가 한 때 사교춤에 빠지기도 했다. 군을 제대한 이후 우리 국악의 매력에 이끌려 풍물을 배우게 됐다. 정 씨는 풍물을 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맑아진다고 극찬했다.

정 씨는 풍문 단과 함께 재능기부 공연을 많이 하고 있다. 대구하프마라톤대회와 금호강 살리기 자전거대회에는 식전행사로 8년 연속 공연했다. 두류야구장에서 열리는 알몸달리기대회 식전'식후 공연도 6년 연속 참여했다. 서구 구민체육대회, 북구 사랑단축 마라톤대회, 북구 씨름왕 선발대회, 팔공산 100㎞ 걷기대회 등에서도 공연했다.

이 밖에 한국불교대학 대구경북 포교 단과 함께 5년 동안 상주 호암사 경로잔치 및 연꽃축제에도 동참했고, 대구역 지하 노숙자 연말 위로공연도 5년간 했다. 특히 강원도 원주 중증장애시설인 소쩍새마을과 비산동 지역 요양원에서도 위문 공연을 해오고 있다. 서문시장 풍물 단의 풍물 지도 역시 정 씨의 몫이다.

"소쩍새마을 위문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풍물 장단에 신이 나서 몸을 들썩이는 게 아니겠어요. 풍물을 한 게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평갯뜰풍물단은 정월 대보름 마을 지신밟기 행사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으로 쌀을 구입, 매년 두 차례 서구청에 기탁해오고 있다. 정 씨는 "내년쯤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풍물놀이를 겸한 경로잔치도 마련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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