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절대고수-황명자(1962~ )

곁인 듯 가보면

아주 멀리 있다, 멀어서

눈 돌리면 어느새

가까이서 손짓한다

무술의 고수는 봤어도 연애 고수는

첨이다 뭇 여자들, 그래서

옆을 떠나지 못한다 아니,

거미줄처럼 쳐놓은 감언에 걸려

감히 도망칠 수가 없는 거다

곁을 떠나는 순간

나도 고수가 될 텐데

진정,

떠난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얗다

눈길 닿는 곳마다

불에 덴 것 같은 상처로 남을 테니

-시집 『절대고수』, 시와사람, 2011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과 같다. 사람마다 답안지가 다르다. 그 답은 모두 맞을 수 있고 모두 틀릴 수도 있다. 이 시에서 말하는 사랑은 '미완성'쯤 될 것이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져도 어느새 가까이서 손짓한다.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치면 너무도 상처가 심할 것 같아서 도망치지도 못한다. 화자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그를 화자는 절대 고수라 부른다. 만약 그가 멀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사랑이 완성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이 완성된다면 둘은 처음처럼 서로를 열망하는 사이가 될까? 그들의 사랑은 완성되자마자 덤덤한 관계만 남고 사랑의 열정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완성되자마자 종말을 맞는 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미완성이다. 그러나 사랑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한다.

시인 kweon51@cho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