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전술의 한국사, 국가전략에서 도하전까지/이상훈 지음/푸른역사 펴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1388년)은 '속도전'이었다. 고려 말 이성계는 요동을 정벌하기 위해 5만 병력을 이끌고 진군한다. 그러다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려 개경으로 향한다. 진군 때보다 4배 빠른 속도로 회군한다. 400㎞(1천 리)를 10일 만에 주파한 것.
이성계가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개경을 지키던 우왕과 최영의 병력 중 일부는 요동 정벌에 차출됐고, 또 일부는 왜구를 막기 위해 남쪽에 가 있었다. 이렇게 분산된 병력이 모이기 전에 개경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여기에 기만과 견제 작전을 더해 이성계는 개경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조선 창업의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반세기 전 한국전쟁까지 포함해 숱한 전쟁으로 국가와 정권이 바뀌었다. 또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 국가다. 그럼에도 서구에 비하면 전쟁사와 군사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크게는 국가 전략에서 작게는 부대 전술까지 한국사 속 여러 사례를 분석한다.
김유신은 역사를 바꾸는 '보급전'을 펼친다. 삼국통일전쟁이 한창이던 662년, 고구려 수도 평양을 포위한 당군이 식량난에 빠지자 동맹을 맺은 당군을 돕기 위해 김유신은 1만5천 병력으로 쌀 2만 석을 수송하는 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신라에서 평양으로 가려면 고구려 영토를 통과해야 했다. 김유신은 일부러 좁은 길을 고르고, 새 길을 개척하는 과감함을 보이며, 수송 도중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을 발휘한다. 작전은 성공했고, 김유신이 개척한 수송로는 이후 나당연합군의 평양 진군로로 쓰인다. 김유신이 먼저 펼친 작전 경험도 전수됐음은 물론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 페이지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포위전(고려 때 왜구 토벌), 방어전(임진왜란 때 신립의 탄금대 전투), 도하전(병인양요 때 강화도 상륙 작전) 등 주제별로 우리 선조들의 전략'전술 사례를 다룬다. 모두 9개 사례다. 기존 사례를 더욱 자세히 분석하고, 또 새로운 시각으로 뒤집어 보기도 한다. 풍부한 사료와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저자의 가정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 위성지도에 그린 당시 전투 상황 그래픽, 각종 군사용어 및 수치를 알기 쉽게 나타낸 표 등은 저자의 분석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저자인 이상훈 씨는 경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학군사관으로 임관해 육군 중위로 전역한 후 '나당전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가쿠슈인대학 객원연구원,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일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363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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