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개혁, '셀프 개혁'으로는 절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예견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관피아 척결을 들고 나왔을 때 국민 모두는 그렇게 될 것으로 믿었다. 관피아의 뿌리가 너무나 깊어 한편에서는 '과연 제대로 될까'라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나'로 흘러가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면서 변호사와 세무사,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퇴직관료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한 규정을 그대로 둔 것이다. 관피아 척결이란 국민의 염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배신이다.

이런 배신행위는 지난달 정부가 차관회의를 열어 안전행정부에 정부 개혁을 주도하도록 결정했을 때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개혁 대상이 개혁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런 '셀프 개혁'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란 소리가 나왔으나 정부도 대통령도 귀를 닫았다. 그 일차적 결과가 '법피아' '세(稅)피아'의 전관예우를 보존한 공직자윤리법의 개정, 아니 개악(改惡)이다. 여기서 개혁에 대한 관료들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저항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의 후속조치로 마련된 5개 분야 27개 개혁과제의 앞날도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폭로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쳐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산 자'들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개혁저항 세력 곧 관료들과의 전쟁이다. 전쟁까지 각오해야 할 만큼 개혁은 시작부터 위기에 처해있다는 얘기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이 '셀프 개혁'은 절대로 제대로 된 개혁을 일궈낼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의 개악은 셀프 개혁의 맛보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개혁의 실종을 막으려면 개혁을 관료들의 손에서 빼앗아 민간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편에서 국민이 바라는 개혁이 가능해진다. 대통령 직속으로 분야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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