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육 교수들이 본 월드컵] 축제의 열매는 FIFA·기업들 몫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38년 만에 남아메리카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누가 뭐래도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다. 제1회 대회부터 본선에 연속 출전한 유일한 국가이자 동시에 월드컵 5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갖고 있다. 이러한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라는 양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 경제학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점도 분명히 있다.

'올림픽이 선수들의 잔치라면 월드컵은 기업의 잔치'라 불린다.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를 통해 FIFA는 금전적인 이득을, 기업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려고 전력을 다한다. 개최국은 자기 집 앞마당에서 잔치판을 대신 열어줄 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경기장 건설 등 대회 준비에 280억헤알(약 12조5천억원)을 투입했다. 이것은 2002년 한'일 대회의 5조2천300억원, 2006년 독일 대회의 5조5천400억원, 2010년 남아공 대회의 3조7천800억원에 비해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런 경제적인 측면만을 놓고 보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미국 홀리크로스 대학의 빅터 매스손 교수에 따르면 "어떤 메가 스포츠 이벤트도 파급효과가 아니라 실제 경제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경기 개최에 투입된 비용보다 수익이 높았던 스포츠 이벤트는 어떤 연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무형의 가치는 창출 가능하고 경기장 및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투입된 예산이 후에 긍정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브라질 경제의 회생과는 상관이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브라질 경제는 2010년 7.5% 성장했으나 이후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해 2011년 2.7%, 2012년 1.0%, 2013년 2.3%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즉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는 단기간이고 미미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FIFA는 벌써 만면에 희색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전체 상금은 사상 최대다. 총상금은 5억7천600만달러(약 6천억원)로 4년 전(4억2천만달러)보다 37% 늘었다. 이는 FIFA가 남아공 대회 때 32억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12억달러를 지출해 20억달러의 이익을 남긴 덕분으로 이번 대회에 사상 최대의 배당이 가능해졌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4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드컵 경제학의 진정한 승리자는 FIFA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기업 또한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FIFA에 따르면 2010년 대회 당시 전 세계 누적 시청자 수는 약 263억 명이었다. 이러한 거대 마케팅 시장에 뛰어들려면 기업은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마케팅 권리를 부여받은 기업은 'FIFA 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내셔널 서포터' 등 22개 기업이다. 기업들이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부여받는 대가로 총 13억5천만달러를 FIFA에 지급한 것이다. FIFA 파트너는 현대'기아차, 아디다스, 코카콜라, 에미리트 항공, 소니, 비자카드 등 6개 기업이다. 이들은 매년 FIFA에 3억7천만달러(약 3천8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하며 FIFA와 관련된 모든 사업에서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가진다. 월드컵이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잔치기는 하나 그 열매는 FIFA와 기업의 몫이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남미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지구촌의 축구팬들은 제대로 즐길 권리가 있다. 지난달 조사에 의하면 벨기에가 월드컵에서 1승을 하면 1인당 소득은 약 91유로(약 12만원), 국내총생산(GDP)은 약 10억유로(약 1조3천944억원) 증대가 예상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한 "월드컵 우승을 축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금전적인 가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는 벨기에 설문 참여자 9%가 "연소득 1%를 바치겠다"고 했다니 월드컵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이번 대회 개최국 브라질은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이라 불리는 광대한 땅은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포르투갈인들은 인디오만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하자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흑인을 사냥해 노예로 만들어 브라질로 이주시켰고 이 노동력으로 부를 축적했다. 브라질 축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드리블의 리듬은 노예의 리듬인 징가(Ginga)에서 출발했다. 징가는 브라질 축구의 혼이자, 브라질인들이 축구를 대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이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킨 브라질에서 개최되어 과거 브라질 노예의 원혼을 달래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나 그 열매를 브라질 국민이 아니라 FIFA와 글로벌기업이 따먹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전용배 동명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