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생각하는 전쟁…비극, 끝낼 수는 없는 걸까

인간의 삶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총구,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울리는 총성

스페인 화가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Guernica)에는 전쟁의 참상이 담겨 있다. 1937년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군이 게르니카 지역 일대를 수십 대의 비행기로 폭격을 가했고, 피카소는 이 참상을 화폭에 담았다. 이념이 대립하는 전쟁으로 민간인 1천500여 명이 숨졌다. 그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참사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조선에서의 학살'(Massacre in Korea)이라는 작품은 1950년 황해도 신천에서 민간인 4만여 명이 학살당한 '신천대학살'을 소재로 했다.

전쟁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겨눈 총구는 한 가족의 삶을 갈기갈기 찢는다. 반세기 동안 분단국가에 살아온 우리는 전쟁의 위기에 무뎌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 시리아, 끝나지 않는 내전

"(전쟁이) 여기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Just because it isn't happening here, doesn't mean it isn't happening.)

빈곤 아동을 돕는 국제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석 달 전 이 카피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길이는 90초. 한 소녀의 하루를 1초로 표현했다.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생일 축하 장면이 첫 1초였다면, 마지막 90초에서 소녀는 망가진 얼굴로 외로운 생일을 맞이한다. 아이의 표정과 함께 변하는 것은 뒷배경이다. 전쟁 속보를 알리는 뉴스, 황급히 이삿짐을 싸는 어른들, 아이를 쓰다듬는 군인의 손이 차례로 배경이 된다. 이 영상은 시리아 내전 3년을 맞아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시리아 아동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3천만 건을 넘겼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맞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올해 3월로 만 3년이 됐다. 처음에는 소규모 평화 시위에서 시작됐으나 40여 년의 장기집권에 대항한 민주화 요구로 시작된 시리아 사태는 정부 측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으로 번졌다.

4년째 계속되는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는 이 전쟁으로 지금까지 민간인과 반군, 정부군 등 16만2천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5만4천여 명은 민간인, 그중 8천 명은 어린이다. 행방불명자 18만여 명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유엔은 지난해 7월 최소 10만 명이 사망했다는 집계를 발표한 뒤 "사망자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집계를 중단했다.

시리아 내전에는 종파 갈등과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개입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11년 10대 소년들이 담벼락에 혁명 구호를 쓴 뒤 정부에 체포됐고,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정부군이 총을 쏜 것이 시작이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촉발된 내전은 이란과 터키 등 주변국이 개입하면서 중동 지역의 종파 분쟁으로 번졌다. 정부군은 이란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손을 잡고,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지원을 받고 전쟁을 이어갔다.

화학무기까지 등장했다. 정부군은 지난달에도 독가스와 화학물질을 담은 '통 폭탄'을 사용해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했고, 가스 중독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죽어나갔다.

◆ 총성 없는 전쟁, 크림 공화국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3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공화국 총리는 러시아와 크림 공화국(이하 크림)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크림 내에서 러시아 귀속을 위한 주민 투표를 진행했고, 전체 주민 96.6%가 합병에 찬성했다.

우크라이나 자치 공화국이었던 크림이 러시아로 넘어간 데는 해묵은 역사에 그 이유가 있다. 크림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지금도 러시아계 주민이 60% 이상이다.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것은 1954년. 당시 우크라이나 출신의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통합 300주년을 기념해 크림 소유권을 우크라이나에게 넘기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크림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의 소리없는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 시민혁명을 통해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은 친러시아 정부가 물러난 뒤 임시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두 달 전 미국은 크림 반도 내 가스 회사인 '체르노모네프테가스'를 제재 명단에 추가하며 러시아를 무역으로 압박했다. 러시아 측과 미국 간 무력 충돌이나 경제 봉쇄를 우려하며 국제 사회에서는 '신냉전 시대'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전쟁에 의문을 던지는 학자들도 있다. 일본 교수이자 평화 운동가인 다케나카 치하루는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라는 책에서 이 시대의 전쟁을 분석했다. 그는 전쟁의 이유로 "평화를 가장한 강대국들의 무분별한 폭력과 개입"을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볼 수 있듯 강대국들의 일방적인 개입이 '폭력의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세계의 전쟁을 분석한 책이지만 저자는 개인, 우리의 역할을 묻는다. 저자는 "우리 같은 일반시민은 군대나 경찰을 움직일 만한 권력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한계를 인정하면서 "우선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이유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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