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짬짜미·편가르기·공정성 시비‥기초의회 출발부터 삐걱

의장단 선거 적잖은 갈등·파행 우려

일부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갈등이 빚어져
일부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갈등이 빚어져 '파행'과 '이변'이 이어졌다. 사진은 일부 군의원들의 퇴장으로 인해 반쪽짜리 선거가 된 울릉군의회 본회의장. 울릉군 제공

일부 지방의회가 의장단 선거 결과를 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개입설이 나돌고, 기초의원끼리 담합을 통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직을 나눠 먹기 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향후 기초의회 운영에 적잖은 갈등과 파행이 우려된다.

◆경산시의회 '담합'

재선의 이천수 시의원이 의장에, 재선의 김종근 시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됐지만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경산시의회 의원은 모두 15명이다. 당적별로는 새누리당이 12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선수별로는 3선 1명, 재선 6명, 초선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지역구의 최경환 국회의원은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시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잘 협의해 선출하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최심(崔心)이 있다. 당론으로 누가 전반기 의장이 돼야 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

더욱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전반기 의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소속 최덕수, 이천수 두 재선 시의원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분열됐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시의원들만 모여 의장, 부의장을 비롯해 운영'행정사회'산업건설위원장 등을 맡기로 사전 조율(?)을 하기도 했다. 같은 당 소속이지만 상대편 지지자들은 아예 자신들의 회동에서 제외시키면서 표 이탈을 막았고, 3선의 강수명(무소속), 재선의 엄정애(정의당) 시의원 등 3명의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사전협의나 의견 청취는 아예 없었다.

이 때문에 의장단 선거가 있기 전부터 표결을 하면 9대 6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실제 의장과 3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그대로 적중했다. 부의장 선거에서는 9대 5가 나왔지만 1표가 무효처리됐다.

한 시의원은 "정견발표도 없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시의회가 각종 표결에서 계속 9대 6이 나오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과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주시의회 '반란'

새누리당 상주시 기초의원협의회가 내정한 후보가 낙선하고, 사상 첫 여성의장이 탄생하는 이변이 나타났다. 상주시의회는 8일 임시회를 열고 3선의 새누리당 남영숙 시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재선의 변해광 시의원을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교황 선출 방식으로 실시된 의장'부의장 선거에서 남 시의원과 변 시의원은 모두 9표씩을 얻어 각각 8표를 얻은 4선 김진욱 시의원과 3선 황태하 시의원을 1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의장 선거에 앞서 기초의원협의회가 실시한 의장'부의장 자체 경선에서 김진욱 시의원과 황태하 시의원을 내정한 바 있다. 하지만 본선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상주시의회는 전체 17명 시의원 중 13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남 시의원과 변 시의원이 새누리당 5명에 무소속 4명의 지지를 모두 얻어 당선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초의원협의회는 "남 시의원과 변 시의원이 당의 경선에 불복해 출마했고, 무소속의 힘을 빌려 당선됐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남 시의원과 변 시의원 측은 "당의 경선은 김종태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된 불공정한 경선이었기 때문에 이에 공감하는 무소속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의 지지로 당선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가는 "이번 의장선거 결과가 2년 뒤 총선을 앞두고 있는 김종태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분위기로 몰고 갈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울릉군의회 '파행'

울릉군의회는 8일 4선의 이철우 군의원을 의장으로, 여성 초선인 한남조 군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투표에는 절반만 참여했다. 3선의 정인식 군의원도 이철우 군의원과 함께 의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의원 간 지지도도 팽팽했다. 그러나 최근 중립이던 한 군의원이 7명의 군의원 전원이 모인 비공식 자리에서 이철우 군의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정리되는 듯했다.

문제는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다. 정인식 군의원 측은 "군의원들이 개원을 앞두고 상생협력하는 의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은 만큼 상대후보 측을 포용한다는 의미에서 이철우 군의원 측이 부의장 자리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를 저버렸다"고 반발했다.

반면 이철우 군의원 측은 "상대후보 측에서 개원 전날 저녁까지도 의장 선출에 대한 합의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고 부의장에 대한 한마디 제안도 없었다"고 했다.

결국 의장 선출 투표는 정인식'공경식(무소속) 군의원이 부의장 선출에 불만을 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5명이 참가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이철우 군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는 이들 두 의원과 최경환(새누리당) 군의원이 빠진 4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으로 한남조 군의원을 선출했다.

의장단 선출 후 열린 개원식도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다. 개원식에는 부의장 투표에 불참했던 최경환 군의원은 참석했으나, 의장투표 전 퇴장했던 정인식'공경식 군의원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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