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원 "일몰∼자정 야간시위 무죄"

대법원이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 발생한 야간 시위를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자정까지 시위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한정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야간 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서창호(41)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대구고법의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해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집시법에 대한 헌재 결정은 사실상 일부위헌이라는 취지"라며 "이 경우 헌재법 47조에서 정한 위헌 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이 한정위헌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부위헌 취지라고 풀이한 것이다.

재판부는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 열린 시위를 금지한 부분은 헌재법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으므로 해당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법 조항을 특정하게 해석할 경우에만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이 재판에 적용되는 강제성(기속력)은 없다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서 씨는 지난 2009년 9월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 문화제'를 해가 진 이후까지 계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집시법 10조와 23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인 '야간 시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주최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동안 야간 시위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월 집시법 제10조 야간 시위 금지 조항과 제23조 3호에 대해 '일몰 후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는 허용하고, 이후 시간은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이 야간 시위에 대한 혐의에 파기환송을 한 첫 판결이다.

인권운동연대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집단적인 저항의 권리이자 기본권"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는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도록 집회시위에 대해 시간적'공간적 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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