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위야 물렀거라…부채에 그려진 그림·글씨 '선면화' 전

20일까지 대백프라자에서 열려

운보 김기창 작
운보 김기창 작 '미인도'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부채에 그림과 글을 더해 단순히 더위를 쫓는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 멋과 풍류를 즐겼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초복(18일)을 맞아 부채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부채 작품전이 15일부터 20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夏夏夏 선면화 700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대구백화점 창업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면화'(扇面畵)는 부채에 그려진 그림과 글씨를 뜻한다. 부채를 장식하기 위해 동양에서 시작된 선면화는 고려시대 이후 접은 부채가 확산되면서 그 가치가 더해졌다. 접는 부채는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반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어 일반적인 구도로 그림을 그리면 균형이 깨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일반 회화와 구별되는 구도와 기법적 특징을 갖게 됐다.

이번 작품전에는 심전 안중식, 청정 이상범, 소정 변관식, 운보 김기창을 비롯해 이경희, 이성조, 민병도, 권정찬, 심상훈, 장두일, 남학호, 홍원기, 강주영, 이수동 등 300여 명의 작품 700점이 전시된다. 또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화가, 문인화가, 민화가, 서예가, 서양화가들의 작품에서는 새로운 부채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원로 서양화가 신석필과 이경희의 작품은 그들의 화력(畵歷)만큼 세련된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민병도, 권정찬, 남학호, 장두일, 심상훈, 신재순, 금동효 등 수묵화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선면화에는 조선시대 선면화 작가들의 화풍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권정순, 이숙희, 이정옥 등 민화로 꾸며진 선면화에는 우리 전통 미학의 질박한 조형적 특징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반면 김소영, 남연화, 이윤숙 등의 작품은 부채 형태 변형에서 오는 실험성과 과감한 표현을 보여준다. 여정순의 '꿈이 있는 사람', 박경애의 '하나뿐인 삶', 최영희의 '동무 생각', 박헌걸의 '나팔꽃'은 우리 조상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글들로 멋스럽게 꾸며져 있다.

한편 19일 오후 2시에는 작가들과 함께 부채를 만들어 보는 '부채 그림 그리기 이벤트'가 진행된다. 현장 선착순 50명 모집. 참가비 1인당 5천원. 053)420-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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