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중국사 청/윌리엄 T. 로 지음/기세찬 옮김/너머북스 펴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특별 기획 '21세기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총 6권은 기원전 3세기 진 제국의 통일부터 20세기 초반 청 제국의 종말까지 중화제국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시리즈 6번째 책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은 "청 제국은 중국사의 쇠퇴기였다거나 근대 한족(漢族) 민족국가 출현을 위한 긴 도입부에 불과했기 때문에 청의 역사는 없었다"는 20세기 유럽 중심주의와 한족 중심주의 시각에서 탈피해 '청 제국의 본질이 무엇인지, 청 제국이 중국의 다른 제국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무엇을 이루어냈는지'를 밝힌다.
1919년 5'4 운동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적 역사가들은 청대 중국을 서양 국가들의 침략에 이리저리 시달린 피해자로 묘사한다. 그리고 최후에는 일본의 격렬한 제국주의적 침략을 받은 약소국으로 묘사했다. 만주족이 세우고 통치한 청나라를 중국 역사에서 '별것 아니었던 제국'으로 평가하려는 의도가 짙게 배여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같은 중국 민족주의 역사가들의 시각에 대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청나라가 제국주의적 수법을 어떻게, 어느 정도 사용해서 자국을 통치하고 주변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청나라가 최소한 18세기 말까지는 초기 근대 다른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적 수법을 매우 잘 활용해 광대한 영토를 확보했고, 행정적으로는 중앙 집권화를 추진했으며, 다민족성을 추구해 민족 경계를 초월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점에 주목한다면 대청 제국은 무굴제국, 로마노프 제국, 오스만 제국, 대영 제국 등 다른 초기 근대 제국들과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청나라는 명나라를 정복한 후 150년 만에 영토를 명제국의 2배에 이르도록 확장했고, 오늘날 중국을 형성하는 대부분 영토를 물려주었다. 한마디로 중국 역사에서 만주족이 지배했던 청나라가 가장 큰 영토를 확보했던 것이다.
청나라의 팽창에는 수많은 무인, 정치가, 사상가들이 제 각각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들의 정복활동은 유럽 제국의 정복활동과 마찬가지로 '문명화 임무'의 일환이었다. 부계 중심적인 가족 제도, 아들에 대한 균분 상속, 근친상간 금지, 혼인과 장례 의식, 정주 농업, 호적에 등록되어 세금을 내는 호에 의한 농경지 소유, 그리고 한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등을 변방이나 식민지 등으로 이식했던 것이다.
대청 제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몽골족, 여진족, 티베트족, 내륙 아시아의 이슬람교도 등 한족이 아닌 민족들을 새로운 형태의 초월적인 정치적 통일체로 아우르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이 같은 점은 20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이 '문명화' '근대화'라는 명분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를 개척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대청 제국을 설명하기 위해 책은 주변국이었던 조선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역사학계는 19세기 말 조선에 대한 청의 외교를 '근대화한' 일본의 팽창주의에 대항해 중국적 세계질서 속에서 종주권을 유지하려는 지연작전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 책은 조선 사대부 계층 중에 청나라 지지 세력을 보수주의자로, 이에 대항한 친일 세력을 진보주의자로 묘사하는 견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은이는 이 같은 인식은 사실의 묘사라기보다 일본 팽창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선전이라고 평가한다. 19세기 말 청나라가 조선에서 취한 행동은 오히려 동아시아 지역에서 팽창주의적 서구 열강들이 행했던 수법과 공통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나라가 멸망하고 100년이 지났지만 중국 정부는 티베트, 위구르 및 다른 분리주의 운동 등 청 제국의 팽창 정책이 남긴 유산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현대 중국의 정치와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데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책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중국 대륙을 정복하고, 통치하고 멸망해가는 과정을 시간적 틀로 하고, 정치, 군사, 문화, 사회, 상업 등을 그 속에 채워 넣는다. 대청 제국의 통사를 다루면서 정치, 경제, 생활, 가족, 결혼, 종족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파헤치는 것이다. 568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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