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떼가 유월 한낮을 떠메고 다니다가
개울 바닥에다 메치고 멱 감기고
산발치 깨밭 콩밭에 물도 주고 그런다
물을 주다는 말고 윗뜸으로 올라가서
홀어밋집 마당 가에 물동이를 엎어 놓고
웃자란 호박넝쿨을 울 너머로 보낸다
-2014년 7월호
박기섭 시인의 '각북' 연작시 가운데 '유월'이다. 외형으로 보기에는 자유시 같지만 운율을 따라가면 2수로 이루어진 시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시조의 멋과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운율을 따라 천천히 읽으면 한가로운 한여름 농촌 풍경이 떠오른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강촌' 이미지와 유사하다. 그러나 그와는 다른 현대시조의 형식에만 담을 수 있는, 한시와는 다른 우리 전통시의 미학이다.
첫째 수와 둘째 수의 주어는 매미 떼다. 매미 떼가 각북 마을에서 하는 일을 서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매미는 한낮을 떠메고 다니기도 하고 멱을 감기고 깨밭 콩밭에 물을 주기도 한다. 깨밭 콩밭이라는 어휘 선택이 시인의 음악적 감성이 탁월함을 말해준다. 매미 소리는 이런 농촌 이미지의 배경 음악이기도 하다. 둘째 수에서는 홀어밋집 호박넝쿨을 담장 너머로 보내게 하여 홀어미의 정서를 암시한다. 우리 전통 정서인 멋이 살아나고 있다.
한가한 농촌의 유월, 매미 울음이 마을에 들리는 가운데 펼쳐지는 풍경들이 정겹고 멋스럽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그리움의 풍경들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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