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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모아오는 김광석 노래…매일 듣는 주민은 '우울한 나날'

도심 골목투어 '갈등'…

대구 중구가 골목투어, 김광석 거리 등 도심 관광지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도심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소음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중구가 골목투어, 김광석 거리 등 도심 관광지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도심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소음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골목투어, 김광석 거리 등으로 대구 중구가 도심 관광지로서 활기를 띠고 있다. 시민은 물론 외지에서 도심 투어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주변 상가까지 덩달아 매출이 올라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하지만, 몰려든 관광 인파와 투어 진행으로 주변 주민들은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도심 관광지 활성화냐, 주민 편의냐를 두고 중구청이 고민에 빠졌다.

◆김광석 노래, 자꾸 들으니 기분 울적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 거리는 연일 수많은 관광객으로 들썩이고 있다. 김광석이 5살 때까지 살았던 이 골목은 지난해 4만3천 명의 관광객이 들렀고, 올 들어 6월까지만 15만4천 명이 찾아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모창 능력자들이 출연하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김광석이 다뤄진 이후 그의 음악과 생애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늘면서다.

휴일이면 골목은 김광석의 자취를 찾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거린다. 중구청은 2010년 9월 이곳을 대구 출신의 김광석 거리로 이름 붙이고, 그의 삶과 노래를 스토리텔링화해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해 방천둑길을 특화했다. 이후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김광석 거리는 대구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활기를 잃었던 주변상가도 살아났다. 방천시장의 60여 개 점포는 절반 이상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점포가 계속해서 문을 열고 있다. 한 고깃집은 예약하지 않으면 빈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고, 쓰러져가던 떡방앗간도 떡볶이를 팔아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 공연장'갤러리 등 예술인들의 창작공간도 속속 생겨났다.

하지만 김광석 거리 근처 주민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조용했던 동네가 명소가 된 건 좋지만 온종일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게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300여m 남짓한 골목에 스피커만 20개가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한두 번 들르는 관광객이야 그의 노래가 반갑고 좋겠지만, 매일같이 똑같은 노래를 들어야 하는 우리는 지겨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의 노래 대부분이 우울해 듣고 있으면 기분이 울적해진다"며 "게다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가다 보니 길 쪽으로 난 창문은 밤낮없이 커튼으로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골목투어 해설사도 주민 눈치

지난해 15만6천여 명이 참여한 중구청의 골목투어의 경우 투어 코스가 도심에 위치해 있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골목투어를 진행하는 골목문화해설사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문화해설사들은 20~30명의 관광객에게 계산성당, 영남대로 등 대구의 근대문화를 설명하려면 소형마이크를 써야 하는 데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해설사들은 육성으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는 관광객이 있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계명대 동산병원 인근 청라언덕도 한 때 노래가 끊이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해 더는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박태준의 노래 '동무 생각'에 등장해 유명해진 청라언덕은 동무 생각 노래비가 세워졌고, 이를 부각시키려 근처에 스피커를 설치해 수시로 동무 생각 노래를 틀었다. 그러나 노래 듣기에 지친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구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스피커 볼륨을 줄였다. 한 주민은 "노래 듣는 게 고통스러웠다. 더욱이 노랫소리가 너무 커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특화거리를 도드라지게 하고 이해를 도우려면 노래나 설명이 곁들어져야 하는 데 주민들의 반대가 있다 보니 난감하다. 도심 관광을 활성화하고 민원도 해결하는 묘책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대구와 중구를 알린다는 차원에서 주민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을 배려하는 성숙한 관광문화가 조성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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