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비안면 장춘리의 A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2011년 4월 21일 경북 영천에서 구제역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지 3년3개월 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82차 세계동물보건기구총회에서 청정국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두 달 만에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A돼지농장 주인 B(56) 씨는 23일 오전 9시쯤 돼지 1천500여 마리 중 1개 동 200여 마리의 돼지에서 발굽이 벗겨지고 몸에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자 경상북도 가축위생시험소 북부지소에 신고했다. 경상북도 가축위생시험소 북부지소는 간이키트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타나자 가검물을 채취해 정밀검사를 했고, 구제역으로 판정했다.
구제역 유형은 7종류 중 기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O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 A형과 O형, Asia 1형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O형 백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 발생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A농장 돼지는 지난 5월 고령 C농장에서 입식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고령 농장을 관리하던 농장장이 4월 초 그만뒀는데 의성 농장에 돼지를 보내기 전에 백신접종을 했는지는 명확지 않다. A농장 주인은 '입식 후 백신 접종을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당 농장은 구제역이 한창일 당시인 2010년 12월 24일 예방적 살처분을 했으며, 이후 구제역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상존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의성군은 24일 오전부터 포클레인 2대와 덤프트럭 1대, 공수의사 3명과 공무원을 비롯한 20여 명의 인력을 동원, 구제역에 걸린 돼지 600마리에 대해 살처분에 들어갔다. 방역 당국은 살처분한 돼지를 농장에서 150여m 떨어진 임야에 묻을 계획이다.
당초 1개 돈사 200여 마리에 대해서만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방역 당국의 현장 확인 결과 추가로 2개 돈사 400여 마리도 구제역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3개 돈사, 900여 마리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번 구제역 사태가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제역이 발병한 비안면 장춘리 A농장 주변 반경 500m 내에는 가축 농장이 없으나, 반경 3㎞ 이내에는 18농가에서 한우 221마리, 한 농가에서 돼지 830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의성에는 1천397농가에서 한우와 돼지 등 12만2천208마리를 키우고 있다.
의성군은 이날 A돼지농장 900m 아래에 이동통제 초소를 설치하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 군청에 '구제역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과 비안면 장춘리 마을 입구 등지에 통제초소를 설치하는 등 구제역 확산에 대비했다.
양돈농가가 몰려 있는 군위 등지의 축산농민들은 행여 피해가 확산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변모(63) 씨는 "3년 전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다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빨리 진정되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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